미국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현직 연세대 교수라고 사칭하며 정신분석 강의를 진행한 남성이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최근 허위 학력을 기재해 정신분석 교육을 진행하고 해외 대학 학위까지 따게 해주겠다고 속인 윤모(44)씨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정신분석 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 윤씨는 교육비 명목으로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1000만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씨는 지난해 국내 대학의 평생교육원 상담 수업 등을 직접 수강하며 만난 피해자들을 꾀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을 하버드와 프린스턴대에서 석·박사를 딴 연세대 교수라고 소개했다. 윤씨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외국에서 유학했다”며 “정신분석과 상담에 능통하다”고 했다. 윤씨는 이들에게 ‘연세대 인문사회연구소 전임교수’라고 적힌 명함까지 보여줬다고 한다.
윤씨는 피해자들에게 심리 상담을 해주며 정신분석과 철학을 가르쳐 주겠다고 꼬드겼다. 그는 지난해 8월 성북구에 연구소를 차리고 십여명을 상대로 수업과 상담을 진행했다. 피해자들은 수백만원씩 수업료를 내고 윤씨의 강의를 들었다. 윤씨는 미국 로드랜드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정신분석 전공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라며 이를 수강하면 관련 학위를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윤씨는 “프로이트와 아들러, 융 등을 모두 공부한 사람은 한국에서 자신뿐”이라며 “국제면허인 최면치료사 자격증도 따게 해주겠다”고 수강생들을 속였다. 자신의 수업을 받아 나중에 전문 정신분석가가 되면 상담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민일보 취재 결과 윤씨의 학력 대다수는 허위로 드러났다. 연세대 측은 “인문사회연구소라는 곳은 존재하지 않으며 윤씨가 교수로 몸담았던 적도 없다”고 밝혔다. 로드랜드대는 “윤씨와 어떠한 MOU도 맺은 적 없다. 교내에 정신분석학과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버드·프린스턴대 석·박사 이력 또한 허위로 파악됐다.
피해자 임모씨는 “학력이 좋은 윤씨가 상담 등을 통해 도와주겠다고 다가와 고마웠는데 모두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큰 배신감이 들었다”고 했다. 윤씨에게 자녀의 정신분석을 맡기기도 했던 문모씨는 “자격도 없는 사람에게 자녀의 상담을 맡겨 화가 난다”고 했다.
윤씨는 지난달까지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사한 정신분석 관련 수업을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허위 학력이 맞다. 잘못했고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것이 없다”고 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