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하게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선 ‘총선 연기론’이 물밑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워낙 민감한 이슈인 만큼 공식적인 언급을 꺼려하는 모양새다.
특히 보수 진영은 코로나19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문재인정부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고 보면서도 여론의 역풍을 감안해 ‘입조심’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총선 연기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통합당은 초기 방역에 실패한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중국 전역을 방문한 외국인에 대한 입국을 금지할 것을 정부에 촉구해 왔다. 공교롭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편 후 확진자가 급증했다는 점도 정부 책임론을 극대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곽상도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확산 이후 일체의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일정을 밝히라고 주장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앞으로 정부가 대응을 잘 하지 못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여당에 불리한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당은 ‘발목 잡는 야당’이라는 비판 여론을 극도로 경계하며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 초당적인 협력을 거부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될 경우 되레 비판 여론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야당이 과도한 국민 불안을 조장하며 국가적 재난 상황을 부채질하는 것처럼 비쳐지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총선 연기론은 국민들을 더 불안하게 할 수도 있는 데다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 이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도 총선 연기론을 쉽게 꺼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선거를 연기할 만큼 최악의 상황은 아닌 데다 경제에 좋지 않은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총선 연기론을 먼저 꺼낼 경우 총선 국면을 유리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연기론에 대한 질문에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법률적으로 총선 연기는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공직선거법 제196조 1항은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이 선거 연기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선 연기는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총선 연기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총선을 미루자는 얘기가 청와대 내부 회의에 안건으로 올라온 적이 없다”며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일단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해 봐야 하는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 전국 단위 선거가 재해로 인해 연기된 사례는 없다. 6·25전쟁 중이던 1952년에 제2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치러진 전례도 있다. 2000년 16대 총선을 6일 앞두고 강원도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에도 선거는 연기되지 않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6·4 지방선거도 예고된 일정대로 실시됐다.
김경택 박세환 신재희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