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중국인 유학생 입국 러시… 학교 폐쇄 매뉴얼 만드는 대학들

입력 2020-02-23 17:15

중국인 유학생이 이번 주부터 본격 입국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학 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학내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상정해 학교를 일시적으로 닫는 매뉴얼을 검토 중이다. 교수들은 당장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중국인 유학생들은 병균 취급 말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대학에 투입할 긴급 예산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내 대학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경희대(3839명)는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중국인 유학생 480명을 서울과 용인 두 캠퍼스 기숙사에 들여보낸다. 경희대는 개강을 2주 미뤄 다음 달 16일 학기를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격리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26일까지 기숙사에 입소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국인 유학생이 많이 다니는 성균관대(3330명)는 수원에 있는 자연과학캠퍼스 기숙사에 100명을 입소시킨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다른 대학들도 대부분 이번 주 중국인 유학생을 맞는다. 기숙사같은 학교 시설에 입소하는 학생들이 고립감을 덜 수 있도록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주거나 영화, 드라마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한다. 문제는 기숙사 입소에 응하지 않는 중국인 유학생 대책이다. 다중이용시설 이용과 외출을 자제하도록 당부하고 대학과 지방자치단체가 점검할 예정이지만 이들을 통제할 마땅한 수단은 없다.

대학과 지역사회 우려는 상당하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한교협)는 중국 유학생 1000명 이상 등록된 국내 17개 대학의 실태를 자체 조사해 발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대학은 중국인 유학생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 중국인 유학생에게 방 하나 내줄 대학이 별로 없다. 중국인 유학생 수용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대학이 9곳에 불과하다. 대다수 대학이 간호사 1~2명이 1000명이 넘는 유학생 건강을 살펴야 할 처지다.

지방의 한 대학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학내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매뉴얼을 검토하고 있다. 외부인 출입을 막고, 학교 건물 방역 작업을 한다.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교직원 출근도 금지한다. 식당, 커피숍, 도서관, 강당, 학생회관 등도 폐쇄한다. 다만 연구시설의 경우 고가의 기자재 등이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대학들은 정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대학은 교육·연구 기관이지 보건 기관이 아니다. 교육부가 대학의 조치를 점검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점검할 때가 아니라 지원할 때”라고 꼬집었다. 정부 부처들은 일주일째 예비비 투입 여부를 합의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대학에 기숙사 등 관리 인력 경비 및 방역물품구입 비용에 예비비 지원을 검토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23일에도 “중국 유학생 보호·관리를 위해 예산 당국과 예비비 편성을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