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1개 지역 신규 확진자 ‘0’…우한은 여전히 ‘통곡의 도시’

입력 2020-02-23 17:06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아기를 돌보는 의료진.신화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지로 지목된 후베이성 우한이 봉쇄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22일에는 21개 성·시에서 새로운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은 여전히 하루 사망자가 100명 안팎에 달하는 등 수많은 사람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우한은 여전히 ‘통곡의 도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22일 하루 동안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48명, 사망자는 97명 늘었다고 23일 발표했다.

22일까지 중국 내 누적 확진자는 7만6936명, 사망자는 2442명이다. 중국의 신규 확진자는 지난 18일 174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19일 394명, 20일 889명, 21일 397명, 22일 648명으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발병지 우한이 있는 후베이성의 경우 신규 확진자는 630명, 사망자는 96명 각각 늘었다. 후베이성 외 지역의 사망자는 광둥성에서만 1명 발생했다. 확진자도 후베이성 밖에서는 18명만 추가되는 등 다른 지역은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는 22일 신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코로나19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환구망에 따르면 베이징처럼 신규 확진자가 ‘제로’인 지역은 랴오닝, 네이멍구, 장시, 저장, 신장, 장쑤, 산시, 안후이, 하이난 등 21개 성(시·자치구)에 달했다.

후베이성을 제외한 나머지 9곳에서 18건이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점으로 미뤄 확실한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중국은 평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했던 일일 대면 브리핑을 24일부터 재개한다고 발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외교부는 춘제(春節·설) 기간인 지난달 말에 브리핑을 잠정 중단한 뒤 지난 3일부터 온라인 브리핑으로 대체해왔다.
우한 시내에서 소독하는 차량.연합뉴스

하지만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후베이성의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우한은 후베이성의 확진자 630명 가운데 541명, 사망자 96명 중 82명이 발생해 절망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우한과 후베이성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한달간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도시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대중교통도 끊기고 각종 차량 통제도 이뤄져 ‘유령 도시’가 됐다.

그래도 사망자가 속출하자 우한 당국은 지난 11일 모든 주택단지를 폐쇄식으로 관리키로 하고 1100만 시민의 바깥출입을 제한하는 극약 처방을 내놓기도 했다.

후베이성 정부도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던 24시간 주민 통제를 지난 17일 성 전역으로 확대했다.

후베이성은 가구당 한 명만 사흘에 한 번씩 물건을 사러 외출할 수 있도록 했고, 공공장소는 폐쇄되고 방역·의료·생필품 수송 등의 임무를 제외한 모든 차량 운행도 금지시켰다. 농촌에서도 모임은 물론 마을 출입도 금지시켰다.

그러나 가장 큰 고통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병원과 의료인력이 부족해 입원조차 못하고 죽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환자 전수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밀려드는 환자들을 의료 인력과 시설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고도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채 부모에 이어 숨진 영화감독 창카이.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숨진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우한시의 웨이쥔란씨는 지난달 초부터 기침과 발열 등의 증세가 나타났으나 코로나19 확진을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

의사 웨이펑은 “한 여성의 경우, 아버지가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앰뷸런스를 불러도 오지 않고, 아버지를 차에 태워 갈 힘도 없어 결국 집에서 숨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근 일가족 4명이 숨진 영화감독 창카이의 사연은 우한 사람들의 비참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창카이는 의사인 부모가 코로나19 증세로 고통받다 차례로 세상을 떠난 뒤 자신과 누나까지 숨졌다.

창카이는 유서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애원했지만, 병상이 없어 환자를 못 받는다고 했다. 치료 시기를 놓쳐 손 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탄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