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통신업계의 신학기 특수가 사라지는 분위기다. 매년 1~3월은 국내 각급 학교의 졸업·입학 시즌인 데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맞물리면서 신규 가입자와 번호이동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졸업·입학식이 대부분 취소되고 매장 방문객도 급감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비대면 홍보와 판매로 마케팅 방식을 급히 바꾸는 모습이다.
2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각 이통사 번호이동자 수는 전월인 지난해 12월보다 각각 16~18%씩 급감했다. 전년 같은 달에 비해서도 대체로 줄었다. 16% 가까이 줄어든 업체도 있다. 번호이동자 수치는 시장 활성화 정도를 보여준다. 이동통신 이용자들은 대개 휴대전화를 바꿀 때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번호이동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전월 대비 번호이동이 급감한 이유를 코로나19 영향으로 보고 있다.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직접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본 뒤 구매를 결정한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장 방문 자체를 꺼리고, 이 때문에 휴대전화 수요도 그만큼 준 것이다. 졸업·입학식 취소도 영향을 미쳤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졸업·입학식 선물로 새 스마트폰이 항상 인기인데 올해는 학교 행사 자체가 취소되다 보니 특수가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이통사 대리점은 더 울상이다.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인근 한 이통사 대리점 관계자는 “사람들이 물건을 거의 보러 오지 않는다. 체감으로는 방문객이 절반가량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확진자가 대거 나온 대구 수성구 한 이통사 대리점은 방문객이 70% 이상 줄었다고 했다. 이 대리점 관계자는 “신규 고객을 거의 보기 어렵다. 기존 고객들도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인지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퀵서비스나 택배로 물건을 받으려 한다”고 전했다.
세계 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5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7%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1억1900만대)보다는 16%나 감소한 수치다. 화웨이 출하량은 전월보다 14% 줄었고, 애플 출하량은 전 달에 비교해 38%나 줄었다. 삼성전자 출하량은 1~2% 줄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통사들은 온라인 등 비대면 홍보와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1일 신제품을 공개한 삼성전자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가 갤럭시 스튜디오에 방문해 스마트폰을 대여한 뒤 최장 24시간 체험하고 반납하는 ‘갤럭시 투고’와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갤럭시S20을 배달해 체험하는 딜리버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살펴보고 구매하는 이용자가 늘어난 것 같다”며 “비대면을 선호하는 분위기에 맞춰 온라인 홍보와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