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발병지인 중국에서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한국 일본 이란 이탈리아 등에서 급증하면서 세계적 유행 우려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 시스템이 열악한 아프리카로 코로나19가 퍼질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어 우려가 나온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2일 하루 동안 전국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648명, 97명 늘었다고 23일 밝혔다. 중국 전체 지역의 누적 확진자는 23일 0시 현재 7만6936명, 사망자는 2442명이다. 피해가 막대하지만 나흘 연속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아래로 떨어진 점, 후베이성을 제외한 지역의 신규 확진자 수가 대폭 감소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중국 밖 상황이다. 한국은 23일 오후 5시 현재 확진자 602명, 사망자 5명이다. 일본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감염자를 빼면, 중국 외 국가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 국무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권고를 2단계(강화된 주의 실행)로 한 단계 높였고, 대만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시켰다.
일본에서는 크루즈선에서 하선한 승객이 감염자로 판정돼 향후 추가 감염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지난 19일 내린 도치기현 거주 60대 일본인 여성이 22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여성은 지난 14일 배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일본 정부는 음성 판정을 받고, 발열 등 감염 의심 증상이 없는 탑승자 970명을 19~21일 추가 격리 조건 없이 크루즈선에서 하선시켰다. 이 가운데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일본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달 말로 예정된 자원봉사자 교육을 연기하는 등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란은 코로나19 사망자가 중국 외에 가장 많다. 이란 보건부는 2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29명, 사망자는 6명이라고 밝혔다. 전날보다 확진자, 사망자는 각각 11명, 2명 늘었다. 23일 0시 현재 중동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이란이 유일하다.
이란은 지난 19일 처음 확진자가 나온 뒤 피해 확산이 급증하고 있다. 수도 테헤란과 종교도시 곰 등 거리가 먼 대도시들에서 확진자가 나와 확산 우려도 크다. 이란에선 테헤란·곰·아라크·라슈트 등 최소 4개 도시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기존 확진자 감염 경로가 불확실해 미확인 코로나19 감염자는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 보건당국에 따르면 최초 사망자 2명은 해외여행 이력이 없다.
유럽에선 이탈리아가 가장 심각하다. 안젤로 보렐리 시민보호청장은 22일 오후 기준 사망자 2명을 포함, 확진자 수가 79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서 가장 심각하며, 세계에서 5번째로 확진자가 많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북부 10여개 마을에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프로축구 경기, 공연·전시 등이 취소됐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전 세계적 확산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특히 보건 의료체계가 취약한 국가로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은 코로나19가 보건 시스템이 훨씬 약한 국가들에 퍼질 가능성”이라고 말하며 취약 국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