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고개 숙인 정 총리…“큰 책임을 느낀다”

입력 2020-02-23 16:26 수정 2020-02-23 16:37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세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큰 책임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감염병 위기경보 격상 등 강화된 대응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서 “알맹이 없는 담화”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세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전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총리는 전날 오후 9시 3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무총리로서 큰 책임을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예정에 없던 담화 발표인데,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같은 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는 반나절 새 346명에서 433명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민심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감염 진행 상황이 더욱 엄중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정 총리는 “특별히 당부한다”며 종교·야외활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일요일인 23일 관련 활동 최소화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확산세를 꺾어보겠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종교행사 등 좁은 실내 공간에 모이는 자리나 야외라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행사는 당분간 자제하거나 온라인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밖에 정 총리는 방역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위생용품 매점매석 등 불법행위, 무리한 집회 등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기대를 모았던 감염병 위기경보 격상과 중국인 입국 제한 확대와 같은 강화된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정 총리는 “우리의 선진 의료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우리는 이미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이겨낸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고 손 씻기와 기침예절 등 위생수칙을 꼭 지켜달라”고 했다.

이에 따라 야권은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이창수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국민들이 기대한 중국인 입국 금지 확대, 위기단계 격상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며 “정작 중요한 ‘어떻게 하겠다’가 빠진 대국민 담화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상황에 변화에 맞는 대책과 조치들을 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