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새 스타 박지원 “메달 따는 순간의 희열이 꾸준한 노력의 동력”

입력 2020-02-23 16:21
박지원이 20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제 101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남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직후 국민일보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남=이동환 기자

제 101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남자 3000m 계주가 열린 20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 차가운 빙판 위에 선 박지원(24·성남시청)은 김다겸-박세영-임경원과 함께 경기 선발팀으로 나서 서울 선발팀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번 주자로 날렵한 움직임을 보인 박지원은 팀이 시종일관 레이스를 선두에서 이끄는 동력이 됐다.

경기 직후 국민일보와 만난 박지원은 “3번 주자의 역할은 1~2번 주자가 잘할 수 있도록 페이스메이커를 해주는 것”이라며 “다른 팀 페이스를 흩트리는 작전을 잘 풀어나간 게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밝혔다.

박지원은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19-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최종 6차 대회를 치르고 18일 귀국해 바로 다음날부터 동계체전에 나섰다. 5·6차 대회를 치르는 강행군 속에 개인전에선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이날 계주 금메달로 성과를 냈다.

박지원은 “두 세계대회를 치르고 와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됐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자칫 부상을 입을 수 있어 세계선수권에 대비해 무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지원이 9일(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20초923를 기록,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박지원은 올 시즌 6번의 월드컵 대회 개인전에서 7개의 금메달(1500m 4개, 1000m 3개)을 따냈다. 1500m·1000m 각 종목에서 랭킹 1위를 확정한 박지원은 월드컵 종합 랭킹에서도 당당히 1위가 됐다. 현 시점에서 사실상 세계 최고의 쇼트트랙 선수는 박지원인 셈이다.

최고가 되기까지 성공만 있었던 건 아니다. 8세부터 ‘조기교육’을 시작하는 선수들도 많지만 박지원은 그보다 늦은 초교 4학년 시절 코치의 권유로 스케이트를 신었다. 이후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는 일념만으로 매일 힘든 훈련을 참아냈다.

그럼에도 박지원은 올림픽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서지 못한 건 쓰라린 기억이다. 단국대 재학 중이던 2015-16 시즌 월드컵 종합 랭킹 8위에 오르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결국 치열한 국가대표 선발전의 벽을 뚫어내지 못했다.

“처음엔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나가지 못해 저에게 짜증까지 났어요. 하지만 동료들의 경기를 가까이서 지켜보다보니 제가 체력과 스피드 등 모든 부분에서 탑 선수들보다 2% 부족하단 걸 알게 됐죠.”

그 2%를 채우기 위해 박지원은 부단히 칼을 갈았다. 하루 두 번씩 스케이팅 훈련과 지상훈련을 병행했다. 근지구력 훈련과 웨이트에도 힘썼다. 빅토르 안, 이호석, 곽윤기 등 유명 선수들의 비디오를 돌려보며 기술과 경기운영 능력을 자신에 적용시켰다.

박지원이 20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제 101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남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성남=이동환 기자

박지원은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싶어 노력했다”며 “그런 과정이 쌓여 지금의 결과가 나온 것 같아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개인 종목에선 경쟁자인 황대헌·이준서·김다겸 등 20대 초반 어린 후배들의 활약은 박지원에게도 큰 자극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링크 안에서는 냉정한 승부를 펼치지만 링크 밖으로 나오면 서로 활약을 칭찬해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그는 “대표팀 모두 좋은 기량으로 경쟁을 해야 함께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며 “후배들의 플레이가 보기 좋고 나도 더 잘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20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제 101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남자 3000m 계주 경기 장면. 성남=이동환 기자

박지원은 이제 다음달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2020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한다. 그는 500m처럼 빠르면서도 단 한 번의 기회로 승패가 갈리는 ‘주종목’ 1000m에선 ‘세계 최고’를 꼭 지켜내겠단 각오다.

박지원은 “메달을 따 시상식에 오르는 그 순간의 맛을 잊지 못해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세계선수권 뿐 아니라 최종 목표인 올림픽 메달을 위해 항상 꾸준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성남=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