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유독 취약한 한국 증시… ‘발원지’ 중국보다 더 큰 하락세

입력 2020-02-23 15:44 수정 2020-02-23 15:5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증시가 또 다시 주저앉았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이나 크루즈선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일본보다 더 큰 낙폭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면 코스피 지수가 최대 11%까지 추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2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월 17일~2월 20일) 코스피 지수의 등락률은 -2.45%로, 주요 20개국(G20) 주가지수 가운데 13위를 기록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0.44%)를 비롯해 중국 상해 종합지수(-1.47%)와 일본 닛케이225 지수(-2.34%)보다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코스피는 지난해 12월 30일~올 1월 16일까지 2.29% 오르며 G20 국가 가운데 여섯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며 2160선까지 하락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내 증시가 유독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린 탓이다.

특히 국내 화장품과 호텔·레저, 항공운수 업종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달 20일보다 각각 2조4000억원, 2300억원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호텔·레저 업종(21개 종목)의 시가총액도 1조8400억원이나 증발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화장품, 호텔·레저 업종과 더불어 개인생활용품(-5조565억원), 도소매(-2조9204억원), 섬유 및 의복(-1조7074억원), 백화점(-7728억원), 무역(-2123억원), 항공운수(-2601억원) 등 7개 업종에서 총 12조7000억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 당시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11%까지 증시가 조정을 받은 적이 있다”며 “주가 반등을 위해선 감염자 증가율이 1% 수준으로 안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사 들인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0일 기준 10조5141억원으로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동안 코로나19 공포에 움츠렸던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배팅’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 요인이 진정되기까지는 신흥국 주가 고점 회복이 지연될 수 있어 추격 매수보다 ‘조정 시 분할 매수’ 관점의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