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생충’ 연이어 비난… 美언론·연예계 “당신이 기생충”

입력 2020-02-23 15:20 수정 2020-02-23 15:5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에 대해 연거푸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데도 한국 영화에 상을 준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과 연예계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미국의 기생충이라고 맞받았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유세 도중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언급하며 “한국 영화가 수상작이 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과 무역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 않느냐”면서 “그럼에도 그들은 한국 영화를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1939년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1950년작 ‘선셋 대로’를 거론하며 미국 영화가 다시 오스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 분야에서도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기생충이) 최고의 외국어영화상이나 받을 줄 알았다”며 “그게 아니라 작품상이었다.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 영화가 그렇게 좋았느냐? 나는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생충’ 비판은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그는 21일 네바다주 유세에서 “(기생충은) 한국에서 만들어졌다”며 “나는 (기생충의 수상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국과의 무역 문제를 거론하며 “그들은 무역 분야에서 우리를 죽이고 있다. 우리를 무역에서 때려놓고는 빌어먹을 영화로 아카데미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미국 연예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가수 겸 배우 베트 미들러는 트위터에 “기생충이 오스카를 받은 일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며 “나는 백악관에 기생충이 들어앉아있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난다”고 적었다. 기생충의 미국 배급사 네온은 “(트럼프 대통령을)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자막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언론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CNN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선셋 대로’ 등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작품은 백인 남성이 감독한 백인 주인공의 영화였음을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가고 싶은 위대한 미국이란 흑인 민권운동이 벌어지기 전인 1940~50년대 미국을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우리 대통령은 노예제를 미화하거나 한물 간 여배우가 저택 안을 미친 듯이 돌아다니는 영화에 향수를 느끼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생충은) 부자와 빈자 중 누가 진짜로 사회의 기생충인지 묻는 영화이기도 하다”며 “이 질문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에게도 분명 시사점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비교적 높은 국가라는 통계 자료를 인용하며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인기가 그리 낮지 않은 극소수 국가 중 하나를 모욕한 것을 축하한다”고 비꼬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