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안락사 ‘케어’ 박소연 “대표직 내려놓고 활동가로 돌아가겠다”

입력 2020-02-23 14:43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을 빚은 박소연 케어대표가 지난해 3월14일 피의자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구조동물을 안락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활동가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 “이제 대표직을 내려놓고 케어의 활동가로 돌아가겠다”고 적었다.

그는 “안락사 사건이 터진 후 수많은 구설을 들으면서도 홀가분하게 대표직을 내려놓지 못했던 것은 오로지 케어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었다”며 “당시 그대로 물러난다면, 언론을 통해 온갖 악의적으로 생산· 편집· 왜곡된 자료들과 루머들이 그대로 케어를 옭죄어 더 오랜 시간, 어쩌면 영영 케어를 힘들게 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소연 페이스북 캡쳐.

박 전 대표는 “케어 후원금 문제만큼은 그 어느 곳보다 투명했고 한 점 남김없이 동물들을 위해 사용됐다”며 “그래서 케어가 행해왔던 소수 동물의 안락사가 돈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동물들을 위한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월급을 받지 않고 11개월 이상을 버티면서도 그 책임감 하나로 일하며 버텼다”며 “이제 단체에 굳건히 남아 성심으로 활동하는 그들을 격려하며 더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약속을 하며 대표자리에서만큼은 물러날 때다”라며 사퇴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된 안락사에 대해서는 “동물권역은 마치 정치판처럼 변질되었다”며 “구조된 동물들의 소수 안락사는 동물들을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선별이 아닌 모두를 구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점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것을 공격의 무기로 삼아 피해는 고스란히 동물들의 몫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그는 “선진국 동물단체조차 하고 있는 안락사를, 개도살이 여전히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안락사조차 아예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마치 동물권을 지켜내는 것인 양 동물권 현실 자체를 심각하게 호도하고 퇴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소연 페이스북 캡쳐.

재판 상황에 대해서는 “올 한 해 몇 가지 기소된 사안에 대해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변호사의 도움 없이 저 혼자 할 생각이다”며 “이번 재판은 동물권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재판이다. 동물은 이용대상이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불합리한 동물이용친화적인 대한민국의 사법체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재판이 될 것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는 제 재판을 ‘동물을 위한 법은 대한민국에 없다’는 캠페인으로 끌고 갈 것”이라며 “그래서 재판에서 이기는 것, 처벌을 피하는 것이 재판의 목적이 아니고 대한민국 동물보호법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려는 것이 이번 재판에 임하는 저의 목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케어의 사단법인과 비영리 민간단체 두 곳에서 대표직, 운영의 결정권을 모두 내려놓고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경험을 활동가들에게 알려주며 활동가들을 성장시키고 케어의 액티비스트로 조력하는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적었다.

검찰은 지난해 말 박 대표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 6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박 대표가 2015년 1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단체 임모 전 국장을 시켜 구조한 동물 98마리를 안락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밖에 다른 사람 소유의 사육장에 들어가 개 5마리를 몰래 갖고 나오는 절도 혐의, 사육장 3곳을 몰래 들어간 건조물침입 혐의, 사육장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을 공소 사실에 포함시켰다. 다만 검찰은 안락사 사실을 알리지 않고 회비·후원금 명목으로 67억3800여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사기)와 1억4000만원 상당의 업무상 횡령 및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첫 공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심리로 오는 3월24일 오전 10시50분에 열린다.

김현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