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정국에 ‘제주들불축제’ 결국 취소

입력 2020-02-23 13:02
23일 제주도청사에서 원희룡 제주지사 주재로 코로나19 긴급 비상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제주도 제공

‘감염병 청정 제주’ 이미지로 국내 관광객 유치 전략을 세웠던 제주도가 결국 확진자가 나오며 올봄 예정됐던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고희범 제주시장, 양윤경 서귀포시장은 23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어 제주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라 도내 모든 행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오는 3월 열릴 예정이던 제주들불축제와 제주왕벚꽃축제는 올해 열리지 않게 됐다.

제주시는 지난 14일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경제 사정을 감안해 제주들불축제를 예정대로 개최한다고 밝혔으나, 20일 이후 두 명의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9일만에 결정을 뒤집었다. 3월말 제주시 삼도1동 전농로와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주왕복축제도 전면 취소했다.

제주도는 도내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지역내 2차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람간 접촉을 막는 것이 최우선으로 보고 있다.

축제 외에도 외부인이 참여하는 각종 회의와 설명회, 보고회, 공연, 교육, 시험 등 명칭을 불문하고 모두 연기 또는 취소한다고 밝혔다. 도 산하 각종 위원회 회의는 연기하거나 서면회의로 대체하고, 내부회의는 가급적 영상회의 형태로 열도록 했다.

또, 전담공무원 148명으로 자가격리자 관리 전담반을 편성했다. 전담공무원들은 자가격리자에 대해 매일 두 차례 전화로 상태를 확인하고, 생필품 지원 등 생활불편 해소에 나선다. 유증상자가 격리거부나 장소를 이탈할 경우 경찰서와 공조해 신속히 격리·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도정의 취우선 과제는 도민과 제주지역 체류자들을 보호하는 일”이라며 “확진자 동선 신속 공개, 중국·육지부에서의 감염경로 유입 방지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가격리자 별도 시설 확보, 역학조사관 추가팀 예비명단 작성 등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을 넘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23일 현재 제주 확진환자는 2명이다. 지금까지 324명이 검사를 받아 245명이 음성 판정을 받았고, 77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2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최종 확진 판정을 받은 22세 서귀포 WE호텔 직원에 대한 추가 동선도 이날 발표됐다.

제주도는 그 동안 공표되지 않은 일부 날짜의 방문지와 관련해, 이 여성이 16일 대구에서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제주로 온 뒤 17일 밤 중문 역전할머니 맥주에서 술을 마셨고, 같은 날 자정 준코노래타운 중문점에 머물다 새벽 4시쯤 직원 기숙사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16일 입도 후 선별진료소를 찾은 21일까지 해당 여성과 접촉한 사람은 124명으로 파악됐다.

한편 배종면 제주도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제주지역 확진자 2명이 대구를 다녀온 뒤 확진된 공통점과 관련해 “두 사람이 대구 동성로 근방에서 쇼핑을 하거나 식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