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업무 저성과’만으로 통상해고는 위법”

입력 2020-02-23 11:00

“해고가 정당하게 인정되려면 근무태도·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현대자동차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간부사원 A씨의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하며 이 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근태 불량 등의 이유만으로 징계해고가 아닌 통상해고를 한다면 부당한 근로자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만약 근태 불량으로 업무 이행이 현저히 어렵다면, 이를 증명할 책임은 회사 측에 있다고 봤다. 회사 측이 별도 징계절차가 없는 통상해고를 남용해 저성과자를 해고할 것을 우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A씨는 1992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근무하던 중 2018년 낮은 근무성적·태도를 이유로 해고를 통보 받았다. A씨는 중노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회사 측은 재심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측은 “A씨는 간부사원으로 오랜 기간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했고, 업무 내용도 통상적 수준에 한참 미달해 해고가 적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 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는 통상해고 사유가 인정되고, 절차도 보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저성과자만 일정한 업무성과가 있고 근로제공 의사도 있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상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증명책임은 사용자 측에 있다”며 “사측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해고 근거가 된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일반 취업규칙보다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한 것이고, 근로자 전체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간부사원과 일반사원의 근로조건을 달리 취급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