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쾅!” “까르륵”…폭탄 떨어지면 웃는 3살 소녀의 사연

입력 2020-02-23 07:30
“비행기일까 폭격일까? 폭격이요!”

폭격 소리에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살와 압모하메드(좌)와 압둘라 알모하메드. 영국 메트로 캡처

고막을 찢을 듯 울리는 폭격 소리에 까르르 웃는 세살 소녀와 아버지의 모습이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되며 네티즌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지난 18일 시리아와 터키 국경 인근에 있는 사마다에서 압둘라 알모하메드(32)가 세 살배기 딸인 살와 알모하메드와 폭격 소리에 맞춰 웃는 영상을 보도했다.

영상 속 압둘라는 살와와 함께 소파에 앉아 조금씩 커지는 소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비행기 소리인지, 폭격 소리인지를 물어보는 아버지 압둘라의 질문에 살와는 “폭격이요! 폭탄이 떨어지면 함께 웃을 수 있어요”라고 해맑게 답했다. 곧이어 들려오는 폭격 소리에 살와는 펄쩍 뛰면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 압둘라는 “살와에게 이게 게임이라고 말해주고 웃도록 했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공포감 대신 재미를 느끼도록 한 것”이라며 “끊임없이 들려오는 폭격 소리에 대한 딸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본래 압둘라는 가족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주에 있는 새라케브에 살고 있었으나 계속되는 내전 탓에 집을 떠나야 했다.

압둘라는 “새라케브를 떠나기 직전까지 폭격이 극심했다”며 “폭격이 끝나도 긴장이 풀리기까지 족히 한 달은 걸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15일 폭격으로 폐허가 된 이들립주 카프란벨의 도로 풍경. 영국 메트로 캡처

시리아에서는 정부군을 한 축으로 하는 국제적 연합군과 시리아 반군을 다른 축으로 하는 국제적 연합 사이에서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압둘라가 떠난 이들리브 주 역시 최근 정부군의 연이은 폭격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 사이 시리아에서는 수백만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압둘라 부녀가 현재 피난생활을 하는 사마다에도 수많은 피난민이 거주하고 있다. 당연히 가족의 생계를 꾸려갈 일을 찾는 건 불가능했다. 그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 이곳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영국 메트로 캡처

무엇보다 각박한 현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야 할 살와에 대한 걱정이 제일 컸다. 압둘라는 “(딸이) 다행히도 지금은 잘 웃고 떠드는 등 유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서도 “성장기 내내 폭격이 멈추지 않는다면 더이상 이런 게임으로도 두려움을 떨쳐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며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매일 안전한 삶을 꾸려나가듯 우리도 이들과 다를 바 없이 동등한 권리를 가진 인간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