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취소된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0’ 행사 참가를 위해 많게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기업들이 본전도 찾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20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행사에 참가하기로 했던 일부 업체에 이메일을 통해 전시비용 등에 대한 ‘환불 불가’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GSMA 측은 “코로나19 발생과 관련된 예외적인 상황은 GSMA나 전시자의 보험 약관에 의해 보장되지 않는다”며 “불가항력적인(force majeure) 상황임을 감안할 때, 전시, 광고 및 스폰서 표준 약관의 조항에 따라 환불은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GSMA가 근거로 삼은 21조10항에는 ‘주최 측은 통제할 수 없는 일로 인한 직·간접적 손실, 비용, 손해를 책임지지 않는다’며 질병·전염병, 파업, 공급업체 과실 등을 예외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GSMA는 아직 공식적으로 취소에 따른 환불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는 3월 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전달할 방침이다.
외신은 주최 측으로부터 비용을 보전 받기가 어려워진 기업들이 외부 보험업체로부터 어떤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약관을 검토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업체들이 GSMA에 대해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강력한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전했다.
다만 MWC 행사에 참가하기로 했던 국내 기업들은 환불 취소 사태까지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GSMA 측으로부터 비용에 대한 통보는 받지 못했지만, 환불보다는 내년 행사 비용으로 대체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 취소는 전례가 없어 조심스럽게 사태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임을 토로했다.
홍보 효과와 현지서 체결될 비즈니스 성과 등을 기대했던 업체들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해진 암울한 소식에 울상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GSMA가 환불을 거부할 경우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등 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스 설치비용과 항공권·숙박료 취소 위약금 등을 더하면 규모는 수십억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MWC는 당초 오는 24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12일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