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격 받아친 ‘기생충’ 배급사 “자막 못 읽으니 이해”

입력 2020-02-21 15:21
미국 서부 유세 전 취재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쓴 한국영화 ‘기생충’을 공개 저격한 데 대해 ‘기생충’ 측은 ‘쿨’하게 받아쳤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이해한다. 트럼프는 (자막을) 읽을 수 없잖아”라고 적었다. 유세 도중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꼰 것이다.

미국 서부 유세를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월드 아레나에서 가진 유세 도중 “올해 아카데미상이 얼마나 형편없었나. 한국에서 온 영화가 승자였다,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냐”고 조롱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과 무역에서 충분히 많은 문제를 갖고 있는데, (그런 나라에) 올해 최고의 영화상을 주느냐. 그게 잘하는 일이냐. 난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기생충’의 내용이나 작품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이유도 없이 무턱대로 아카데미가 외국어 영화, 특히 한국영화에 작품상을 안긴 데 대한 못마땅함을 내비친 것이다. 더불어 할리우드의 옛 영광을 되찾아야한다고 강조하며 뼛속 깊이 자리한 보수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같은 영화를 고대하고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선셋대로’(Sunset Boulevard·1950)는 어떠한가? 위대한 (미국) 영화들이 너무 많다”면서 “‘기생충’은 베스트 외국어영화일 뿐이다. 전에도 외국어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적이 있나”고 거듭 불평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트럼프의 연설 내용을 전하면서 “외국어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역사상 외국어영화 최초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4관왕에 올랐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