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 ‘MB정부 관료’ 박재완 전 장관 선임

입력 2020-02-21 11:02

삼성전자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이사회 의장에 관료 출신인 박재완 사외이사(전 기획재정부장관·사진)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신임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가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 데 이어, 이번에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는 평가다.

박 신임 의장은 삼성전자 이사회의 대표로 이사회에 상정할 안건을 결정하고 이사회를 소집해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 이사들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박 의장의 선임 이유에 대해 “최선임 이사로서 회사와 이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행정가로서의 경험 또한 풍부해 이사회의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6년 3월부터 사외이사로 활동해 왔다.

이어 “국가경쟁력과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하고 학문적인 식견도 뛰어나 객관적이고 균형감 있는 시각으로 이사회를 이끌어 회사의 경영 활동을 다각도로 점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 비서관을 역임했다. 이후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번 선임은 지난 14일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이 사내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전 사장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로 지난해 12월 법정구속됐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왼쪽)과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삼성전자 제공

이날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후보에 삼성전자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과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사장)을 추천하기로 결의했다.

한 사장은 세트 사업부문의 선임 사업부장으로, 주요 핵심 보직을 맡아왔다. 이사회와 사업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원만히 수행하면서 회사의 사업 역량 강화는 물론 이사회 위상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14년 연속 TV시장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등 탁월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회사의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하고, 제품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사업의 체질 변화를 위한 혁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재무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부의 경영활동을 지원하고 견제하는 한편, 각 사업 부문 간 주요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조율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추천 배경으로 작용했다.

또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폭넓은 사업경험을 갖춰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에 회사가 대응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종희 사장과 최윤호 사장은 다음 달 18일 열리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