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속 ‘내려놓음’ 깨달은 이대성 “기본과 수비부터”

입력 2020-02-20 17:17
전주 KCC 이대성이 2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2019-2020시즌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이대성(30·전주 KCC)은 지난해 울산 현대모비스 소속으로 프로농구 통합우승에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가 되며 최정점에 선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시련이 찾아왔다. 올 시즌 초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며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했다.

휴식을 받아 몸과 마음을 추슬렀지만 한 시즌 만에 중하위권으로 떨어진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1월 11일 라건아와 그를 KCC로 트레이드했다. 두 국대대표 선수의 가세에 ‘무조건 우승’이라는 평을 받던 KCC는 이후 14승 14패로 5할 승률에 간신히 턱걸이하며 리그 4위(22승 19패)에 그쳐 있다. 이대성의 득점도 이적 전 경기당 13.5점에서 이적 후 11.2점으로 줄었다.

이대성은 2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레이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많이 당황스러웠다. 마음 정리가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적 후 첫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는 등 다소 경기력이 주춤했던 데 대해서는 “곧바로 팀에 융화되는 것이 어려우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제 KCC가 손발이 맞냐는 질문에 이대성은 “그렇게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더 시너지가 나야하는데 결과가 그러지 않잖나”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실제로 KCC는 25일까지인 국가대표 휴식기 시작 직전 5경기에서 3연승을 기록한 뒤 2연패를 당했다. 게다가 라건아가 13일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해 비상이 걸렸다.

라건아와 절친한 사이인 이대성은 “라건아가 아픈 걸 티내는 선수가 아닌데 너무 고통스러워해 속상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라건아는 정말 중요한 선수라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한발씩 더 뛰어 공백을 메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슈팅가드로 주로 뛴 그는 최근 전창진 KCC 감독의 지시에 따라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대성은 “평소 공을 가지고 플레이를 많이 했는데 감독님께서는 제게 포인트가드로서 간결한 플레이와 볼 소유 시간을 줄일 것을 당부하셨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적인 플레이와 수비에 힘쓰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개인 목표를 묻자 “새로운 팀에서 새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입장이라 개인 성적에 욕심을 부릴 상황이 아니다. 많은 걸 내려놓았다”며 “그저 좋은 상황을 많이 만들어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을 주려한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시즌이지만 여전히 잔여경기들과 플레이오프가 남아있다. 이대성은 “올 시즌 질타를 많이 받았는데 이런 날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며 버틴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당장 잔여시즌부터 좋은 날로 만들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다수의 국가대표 경험이 있는 이대성은 23일까지 열리는 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예선에 나선 김상식호에 승선하지 못했다. 최고참이 91년생인 ‘젊은 대표팀’ 기조 탓이 컸다. 이대성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저같은 경우 대표팀 경기에서는 더 열심히 뛰게 되더라”며 “그런데 그러다보면 다칠 수 있다. 최선을 다하되 부디 건강히 돌아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