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화자찬’ 격리 크루즈선서 감염자 2명 사망… 대책회의는 ‘결석’ 연발 논란

입력 2020-02-20 17:12 수정 2020-02-20 17:5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대거 확인된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뒤쪽)가 정박 중인 일본 요코하마 항에서 지난 14일 구급차 한 대가 출발하고 있다. AP교도연합뉴스

일본에 격리됐던 크루즈선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일본 정부는 앞서 크루즈선 격리 조치가 적절했다며 자화자찬했지만, 선내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중증 환자도 26명이나 있어 사망자는 늘어날 수 있다. 코로나19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대책회의에 고작 8분만 참석하는가 하면, 일부 장관들은 아예 불참하면서 지역구 관리에 몰두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 NHK방송은 요코하마항에 격리 정박됐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 2명이 20일 사망했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사망자는 87세 남성, 84세 여성으로 모두 일본인이다. 각각 지난 11일, 12일 의료기관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NHK는 두 사람 모두 기초질환이 있었다고 전했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두 사람은 증상 발현 후 의료기관으로 이송했고 의료기관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카베 노부히코 가와사키시 건강안전연구소 소장은 “지병이나 고령이라는 점, 장기간 선내에 대기했다는 점 등 다양한 변수가 얽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루즈선 승객의 사망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가나가와현에 사는 80대 여성 감염자가 지난 13일 일본에서 처음 사망했다. 이로써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 사망은 3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날 사망한 2명 외에 26명의 중증 환자가 더 있어 사망자는 늘어날 수 있다.

크루즈선 업무에 투입된 공무원의 감염도 확인됐다. 후생성 소속 40대 남성과 내각관방 소속 30대 남성이다. 두 사람은 지난 12일 선내에서 사무 업무를 도운 뒤 요코하마 인근 민간호텔에 묵었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배 밖으로 이동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있다. 후생성은 이들의 동선을 따라 접촉자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4시 현재 크루즈선 승객·승무원 감염자는 621명으로 늘었고, 큐슈에서도 첫 감염자가 나오는 등 전국 환자는 700명을 넘어섰다.

아베 정권은 불과 이틀 전 “정부의 대응은 적절했다”며 크루즈선 격리 조치가 대규모 집단 감염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반박했다. 하지만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NIID)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선내 객실 격리 후 감염이 일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불성실한 대책회의도 도마에 올랐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아베 내각 각료 3명이 지난 16일 전 각료가 참석해야 하는 코로나19 대책회의에 결석해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모리 사카로 법무상,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은 각각 후원회 신년회, 서도전 표창식, 훈장 수여 축하회로 결석했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특히 후원회의 신년회 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웃고 즐기는 사진이 공개돼 1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집중 포화를 맞았다. 그는 “정무관(차관급)에게 대리(출석)을 부탁해 위기관리 규정에 따른 대응”이었다며 해명하면서도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오니시 겐스케 국민민주당 중의원은 “(장관이) 3명이 지역 정치를 우선해 중요한 회의에 결석했다”며 “과연 긴장감 있는 자세인가”라고 비판했다. 한 장관 경험자는 “감염이 확산하는데 지역 신년회를 우선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아베 총리가 본부장인 코로나19 대책 회의가 지난 1일부터 총 11번 열렸지만, 총 9명의 장관이 1번씩은 결석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의 ‘8분 출석’에도 비판이 잇따른다. 그는 지난 14일 오후 5시26분부터 34분까지 단 8분만 회의에 참석했다. 이후 오후 6시39분부터 3시간을 도쿄의 한 호텔에서 기타 쓰네오 니혼게이자이신문 회장 등과 회식을 했다. 아사히는 소셜미디어에 ‘회의에 단 8분간만 출석하고 그 후에 3시간 회식. 뭘 하는 거냐’ ‘어제도 소장파와 회식, 그 전에도 공저에서 회식’ 등 비판 댓글이 잇따랐다고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