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유행’ 과장된 용어에 방역 혼선…국민불안 조장한다

입력 2020-02-20 17:07 수정 2020-02-25 09:4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사회에서 확산하면서 언론과 인터넷커뮤니티 등에 평소 듣지 못했던 감염병 관련 용어들이 연일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확하지 않거나 과장된 용어 사용은 자칫 방역 대응에 혼선을 초래하고 국민 불안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감염학계에서 통용되는 ‘지역사회 감염’ 의 정확한 용어는 ‘지역사회 획득 감염(community acquired infection)’이다.
일상 생활환경에 존재하는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병원체가 인체에 들어가 감염증을 일으키는 걸 말한다. 환자 입장에서 쓰이는 표현이다.
지역사회 전파(transmission)는 1차 감염원(index‧지표 환자)이 2, 3차 감염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제3자 입장에서 쓰이는 말이다. 정부는 20일 현재 단계를 “제한된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는 단계”라고 정의했다.

지역사회 감염 혹은 전파와 대별되는 개념이 ‘병원 내 감염 혹은 전파(nosocomial infection or transmission)’다. 병원은 밀집된 환경에서 의료 처치가 이뤄지고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많아 대규모 전파가 우려된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 때 감염자 186명 가운데 92.5%(172명)가 병원 안에서 감염됐다.


지역사회 유행(epidemic)은 감염병이 평상시 발생 수준을 넘어설 때를 말한다. 예를들어 보건당국은 매년 계절독감 시즌(11월쯤)이 되면 인플루엔자 유행 주의보를 발령한다. 외래 환자 1000명 당 의심 환자 수로 유행 기준을 산출한다.

방지환 서울대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은 지역사회 감염과 전파, 그리고 유행이 일어나고 있는 단계”라면서 “발생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감염병이 평시 수준보다 많이 퍼지고 있는 만큼 유행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판데믹(pandemic·대유행)’이란 표현은 현재로선 부적절해 보인다. 이는 감염병이 한 나라를 넘어 전세계로 전파되는 상황일 때 일반적으로 쓰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대유행 시 판데믹을 선언한 바 있다. WHO는 지난달 30일 코로나19의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지만 판데믹은 아직 선언하지 않고 있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지역사회 전파가 계속 확산될 경우 ‘대규모 지역사회 유행’ ‘광범위한 지역사회 유행’ 또는 ‘전국적인 유행’이란 표현은 가능할 수 있지만 ‘대유행’ ‘판데믹’이란 용어는 국내 상황에선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