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8·토튼넘 홋스퍼)이 극비 귀국해 서울에서 수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틈에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안방에서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패배했다. 토트넘의 주제 무리뉴 감독은 “총알 없는 총을 든 싸움”이라며 무력감을 나타냈다.
축구계 관계자는 20일 “손흥민이 전날 귀국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오른팔 골절상 수술을 받는다”며 “국가대표 신분으로 한국에 돌아온 것이 아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여파에서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어 주변에 널리 알리지 않고 조용하게 입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손흥민이 21일 중으로 수술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지난 16일 애스턴 빌라를 3대 2로 이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 시작 1분도 되지 않아 상대 수비수 에즈리 콘사와 몸이 공중으로 뜰 만큼 강하게 충돌한 뒤 떨어지면서 오른손으로 땅을 짚었다. 그 이후부터 오른팔을 몸에 붙이고 뛰거나 왼손으로 주물러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하면서도 전·후반 추가시간마다 골을 넣는 집념을 발휘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26라운드 베스트 11에 포함될 정도로 손흥민의 활약은 돋보였다. 골절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이룬 결과였다.
토트넘은 이틀 뒤인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손흥민이 오른팔 골절상을 입어 이번 주 중으로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며 “수술을 마친 뒤 재활을 위한 관리로 몇 주(a number of weeks) 동안 결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영국 석간 ‘이브닝 스탠다드’는 손흥민의 결장 기간을 두 달로 봤고,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의 올 시즌 복귀를 확신할 수 없다”며 더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무리뉴 감독은 이날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독일 라이프치히를 불러 가진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홈경기에서 손흥민의 부재를 실감했다. 후반 13분 라이프치히 공격수 티모 베르너에게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내줘 0대 1로 졌다. 지난달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에이스’ 해리 케인에 손흥민까지 빠진 토트넘은 만회골을 넣지 못하고 안방에서 무득점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BT스포츠와 가진 인터뷰에서 “총알이 없는 총을 들고 싸우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원정 2차전에서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0대 1 패배인 점을 강조하며 “승리할 수 있다”고 호언했지만 “걱정스러운 점은 앞으로 많은 경기를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경기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주포’ 손흥민과 케인을 모두 잃은 선수단에 혼란이 가중된 정황이 경기 중 포착됐다. 공격을 책임진 델리 알리는 실점 직후인 후반 19분 탕기 은돔벨레와 교체돼 나오는 과정에서 물병을 던졌다. 알리는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뒤 ‘무리뉴의 황태자’로 평가될 만큼 토트넘에서 비중이 높아졌다.
무리뉴 감독은 알리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의 경기력에 화를 낸 것일 뿐 나에게 화를 낸 것이 아니다. 교체 사유를 그가 이해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