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는 이제 추억?…K리그 안방서 한일전 1무 2패 망신

입력 2020-02-20 16:14
조규성(오른쪽)이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1차전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경기에서 1대 2로 패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시아 최고 리그’의 영광은 이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야 할까. 프로축구 K리그1 팀들이 안방에서 치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한일전 3경기에서 1무 2패의 망신을 당했다.

수원 삼성은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CL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내내 수세에 몰리다 후반 45분 후루하시 쿄고에 결승골을 내주고 빗셀 고베에 0대 1로 졌다.

이날 패배로 K리그는 안방에서 J리그에 1무 2패를 기록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지난 시즌 K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는 ‘폭풍 영입’을 하고도 J리그 챔피언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상대해 2명이나 퇴장당하는 졸전을 펼치고 1대 2로 패했다. 전북과 ‘양강’인 울산 현대도 자책골을 넣은 FC 도쿄와 1대 1로 간신히 비겼다. 23세 이하 대표팀의 조규성(전북)이 넣은 ACL 데뷔골이 3경기를 통틀어 K리그 선수가 넣은 유일한 득점일 정도로 무기력했다.

K리그는 2010년대 중반까지 아시아 최강이었다. 2010년 성남 일화 우승을 시작으로 2016년 전북 우승까지 7년 동안 ACL에서 3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간 J리그는 까다로운 상대긴 했지만 K리그의 적수가 아니었다. K리그는 상대전적에서 32승 13무 21패로 J리그를 10승 이상 앞섰다.

2017년 우라와 레즈 우승을 기점으로 J리그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까지 3년간 2번의 우승과 1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K리그 팀들은 지난 시즌 16강에서 모조리 탈락하는 등 위축되고 있다. J리그와의 전적도 3년간 13승 4무 13패로 팽팽해졌다.

염기훈(가운데)이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빗셀 고베와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문가들은 투자의 부재가 K리그와 J리그의 희비를 갈랐다고 봤다. 공교롭게도 J리그가 잘나가기 시작한 2017년은 재정이 풍족해진 시점과 맞물린다. J리그는 영국 스포츠미디어 전문기업 ‘퍼폼’과 2016년 7월 10년 2천억엔(약 2조1466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계약 액수의 무려 7배에 달하는 거액. 이 돈이 각 팀에 배분되면서 루카스 포돌스키(35·안탈리아스포르)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6·고베)도 ‘모셔’올 수 있었다.

반면 K리그 중계권료는 지난해까지 6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K리그 통합 중계권’ 협상을 추진하며 올해 체결할 중계권료의 최소 금액을 연간 250억원 이상으로 제안했지만, 그 만큼의 금액을 써낸 곳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수원, 서울과 같은 대기업 구단들까지 허리띠를 졸라매 투자를 줄인 상태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프로에선 재정 투입이 좋아야 선수의 질을 높여 경기 내용도 좋게 만들 수 있다”며 “J리그는 막대한 예산으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선수들을 데려왔다면 K리그는 투자가 하향평준화 돼 아시아에서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