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눈 가리는 김정숙 여사와 흐뭇한 세 남자

입력 2020-02-20 15:52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후 청와대 충무전실에서 영화 ‘기생충’ 포스터에 나와 화제를 모은 ‘눈가리개’를 제작진으로부터 선물 받아 착용해 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기생충’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아카데미상 수상을 축하하는 오찬을 가졌다.

이날 오찬에는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등 출연진들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및 배우들과 함께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생충’ 제작진 및 출연진 격려 오찬에서 배우 조여정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생충’ 제작진 및 출연진 격려 오찬에서 배우 이선균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 감독을 비롯한 ‘기생충’ 팀들은 정장 차림으로 청와대에 입장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입장하자 봉 감독은 아역배우인 정현준군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자세를 낮춰 정군과 악수한 뒤 다른 배우들과도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배우 송강호와 봉 감독은 미소를 지으며 이 모습을 바라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촬영을 마치고 나서부터 대장정이었다. 정말 꿈 같은 일이다”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봉 감독은 “배우, 스태프들과 같이 여기 오게 돼 기쁘다. 축전 보내주신 것도 잘 받았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과 배우 초청 오찬에 앞서 봉준호 감독의 선물을 받고 있다. 봉 감독은 각본집과 스토리북을 선물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봉 감독은 인사를 마친 뒤 문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기생충’ 각본집과 스토리북을 선물했다.

문 대통령이 “아내가 특별한 팬”이라고 말하자, 김 여사는 “남편과 영화를 봤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즉석에서 “퀴즈를 내드리겠다”며 출연진 중 한 명의 극중 배역을 묻기도 했다.

배우와 제작진들은 오찬을 하기 앞서 셀카를 찍기도 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연신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연합뉴스

이날 문 대통령은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도, 새로운 오스카 역사를 쓴 것도 아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기생충’이 워낙 빼어나고 봉 감독이 워낙 탁월해 비영어권 영화라는 장벽을 무너뜨렸다”며 “최고 영화,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해 특별히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오찬 메뉴에 ‘기생충’에 등장해 화제가 된 짜파구리가 들어 있다는 말로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후 청와대 충무전실에서 영화 ‘기생충’ 포스터에 나와 화제를 모은 ‘눈가리개’를 제작진으로부터 선물 받아 착용해 보고 있다. 연합뉴스

7분여간 막힘 없이 이어진 문 대통령의 인사말에 봉 감독은 “대통령이 길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저나 송강호씨나 모두 한 스피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문화, 영화산업 전반에 대한 언급을 거쳐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말씀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두 페이지 분량”이라며 “암기하신 것 같지는 않고 평소에 체화한 이슈에 대한 주제 의식이 있기에 풀어내신 것 같다. 많은 시상식을 갔지만 대사를 많이 외우는 배우들도 지금 말씀하신 것의 4분의 1 정도의 짧은 스피치를 프롬프터를 보면서 한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두 분의 멋진 말씀을 듣다 보니 저도 말씀을 잘 드려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고 조크를 했다. 그는 “우리 모두 모인 게 오랜만이고, (‘기생충’과 관련한) 공식행사가 오늘이 마지막”이라면서 “자연스레 뜻깊은 자리가 된 것 같아 더 뭉클한 감동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생충’ 제작진은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눈가리개를 김 여사에게 선물했다. 김 여사가 그 자리에서 눈가리개를 착용해 함께 있던 문 대통령과 봉 감독, 배우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