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선봉 주주연합 “한진그룹 경영 총체적 실패, 주총 승리 확신”

입력 2020-02-20 15:00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KCGI 주최로 열린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주주연합)이 한진의 현 상황을 ‘총체적 경영 실패’로 규정하고 “최고경영자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조원태 회장의 완전한 퇴진과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우선 과제로 못 박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함께 주주연합을 이끌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KCGI는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선대 오너부터 이어 온 근시안적·독단적 투자의사 결정과 높은 부채비율 등을 근거로 이 같이 밝혔다. 발표자로 나선 강성부 KCGI 대표는 “대한항공의 부채비율(861.9%)은 코스피 20 기업중 압도적 1위로 2위의 2배 수준”이라며 “부채비율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자비용만 연간 5464억원을 낭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너 일가나 대주주 대신 새로운 전문경영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뒤따랐다. 강 대표는 “전혀 공부하지 않던 아들이 갑자기 전교 1등을 하겠다면 믿겠나”라고 반문하며 “조 회장이 최대 주주인 KCGI를 비롯해 여러 주주들의 신용을 완전히 잃었다”고 평했다. 최근 현 경영진이 KCGI 주주제안을 반영한 쇄신안을 잇따라 내놓는 것에 대해선 “안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커닝하듯 베껴서 내놓고 자기들 공인양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3월 주총에서 추가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함에도 반도건설이 최근 4%여 지분을 추가 취득하자 일각에선 주주연합 측이 3월 주총을 넘어 임시주총 소집 등 장기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 회장 측이 사내 지지여론을 바탕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주주연합이 추천한 이사진 후보가 이탈하는 등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강 대표는 “임시주총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대세는 기울었고 이번 주총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지분에 대해 언급하긴 적절치 않지만 개인적으로 (조 회장 측에 비해) 앞서있다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문경영인 도입을 지렛대로 경영진 교체의 명분을 축적해나가면서 내달까지 표 대결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오너일가 내부의 다툼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선 “집안 내 싸움이라기보다 저희가 제시하는 회사의 장기적 미래와 비전에 대한 부분을 비중 있게 봐달라”고 말했다. 특히 주주들이 이사회 등 경영에 나서지 않도록 법적 계약을 통해 확실히 명시했다며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는 없다”고 강조했다.

경영진 교체 후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서도 “현대시멘트 등 과거 경영참여시에도 인위적 구조조정은 한번도 없었고 사람을 잘라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엘리엇과 자꾸 비교돼 ‘먹튀’ 우려를 많이 듣는데 주요 펀드의 만기가 10년이 넘는 등 참여기간이 길다“며 ”장기투자로 기업 체질을 개선해 기업가치 상승분에 대한 정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