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민립대학 조선대가 제1호 공영형 사립대 전환을 저울질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발주한 실증연구 대학으로 최종 선정된 게 계기로 작용했다.
조선대는 “교육부가 공영형 사립대 도입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한 용역사업 대학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20일 밝혔다. 공영형 사립대는 최고 의결기구인 학교법인 이사회 과반수를 공익 이사들이 맡는 대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대학 재정의 20~25%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재정위원회를 통해 학교 재정의 투명성을 담보하자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교육개혁 공약이다. 국내 대학 85%를 차지하는 사립대에 대한 국가적 책임과 대학재정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고질적 문제로 반복돼온 사학비리 근절과 교육개혁 방안으로 그동안 공영형 사립대가 끊임없이 거론돼왔다.
국내 290여개의 사학법인들은 현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향후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전체 사립대 절반이 학생을 선발하지 못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적잖은 상황이다. 크고 작은 학내분규를 겪은 상지대와 한남대, 경상대, 대구대, 영남대 등이 현재 공영형 사립대 전환에 긍정적이거나 관심을 가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선대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민립대학의 정체성을 실현할 기회로 여기고 용역사업을 공영형 사립대 전환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정치외교학과 지병근 교수를 책임자로 한 용역사업에 교육학 행정학 경영학 법학 경영학 분야의 정예연구원 7명이 참여해 오는 6월말까지 최종 보고서를 교육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지난해까지 전임 총장의 퇴진여부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은 조선대는 공영형 사립대 전환이 진정한 광주시민, 전남도민의 대학으로 거듭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대는 1946년 9월 광주·전남지역 7만2000여명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은 ‘조선대학 설립동지회’가 주축이 돼 설립된 민립대학이다. 이 대학은 공영형 사립대에 ‘올인’하지는 않겠지만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다며 정부·정치권의 움직임을 지켜본다는 입장을 정했다. 백년대계의 시각에서 장기적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영형 사립대 전환은 갈 길이 먼 만큼 신중히 접근하기로 했다.
조선대 민영돈 총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구성원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소통하면서 단계적으로 준비작업을 진행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