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분류 기준을 바꾸면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급감해 또다시 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불과 1주일 전에 “환자의 조기 치료로 중증 환자를 줄이고 사망률을 낮춘다”는 이유로 임상 진단 병례를 추가했으나 다시 없던 일로 했다.
진단 정확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태 조기 봉합을 위해 확진자 통계를 낮추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19일 하루 동안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394명, 사망자 114명 늘었다고 20일 발표했다. 중국 내 신규 확진자는 전날 1749명과 비교해 1355명이나 감소했다. 이날까지 중국 내 누적 확진자는 7만4576명, 누적 사망자는 2118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내 피해가 가장 심각한 후베이성은 하루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349명, 사망자가 108명 각각 늘었다. 후베이성의 추가 확진자는 전날 1693명이었다. 하루 만에 1344명이나 감소해 300명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국가위건위가 후베이성에만 임상 진단 병례를 확진 범위에 넣었다가 다시 제외하면서 통계 수치가 조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가위건위는 19일 발표한 코로나19 치료방안 제6판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후베이성과 다른 지역의 진단 기준 구분을 없애고 의심 환자와 확진 환자 두 종류로 통일하기로 했다.
앞서 국가위건위가 치료방안 제5판부터 후베이성에 임상진단 병례를 추가하면서 지난 12일 하루에만 중국 내 확진 환자가 1만5152명, 사망자는 254명이나 증가해 큰 혼선이 빚어졌다.
당시 국가위건위는 핵산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아도 임상 소견과 폐 CT 촬영 등으로 환자를 확진자로 분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쩡광 수석과학자는 “여러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임상 진단 방식의 확진자를 추가하면 조기 격리가 가능해져 환자 본인과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1주일 만에 “치료율을 높이고 사망률을 낮춘다”던 임상 진단 항목을 삭제한 셈이다.
국가위건위는 이에 대해 최근 진단 능력이 향상되고 진단 시간도 단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감염자가 핵산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 검사의 정확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가급적 환자의 가래침을 받고, 기도삽관으로 호흡기 분비물을 채집해 표본을 신속히 검사하며 의심환자는 항원, 핵산 등 다양한 검사를 통해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1주일 만에 정확도가 얼마나 개선됐는지 의문이다.
퉁차오후이 베이징차오양병원 부원장은 지난 12일 관영 CCTV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폐렴 진단시 병원균을 검출을 통해 병인학적 진단을 하는 경우는 20∼30%에 불과하고, 70∼80%는 임상 진단을 통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 왕천 중국 공정원 부원장은 핵산을 추출해 검사하는 진단키트 검사의 정확도가 “30~50%에 불과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랬던 중국 당국이 1주일 만에 “핵산 검사 능력이 향상됐다”고 자신한 것이다.
특히 지금도 발병지인 우한에서는 병원 진료조차 받지 못해 집에서 숨지거나 병상이 없어 입원조차 할 수 없다는 환자들의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우한 우창병원 간호사 류판의 남동생 창카이는 부모를 모시고 병원을 떠돌다 일가족 4명이 숨졌다.
그는 “아버지를 모시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애원했지만, 병상이 없어 환자를 못 받는다고 했다. 치료 시기를 놓쳐 손 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탄식하다 세상을 떠났다.
이에 따라 후베이성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계속 하루 1000명 이상 증가하면서 전국적인 통계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자 중국 정부가 부담을 느끼고 진단 방식을 바꿨을 것이란 의혹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또 후베이성 외 중국 다른 지역은 일일 신규 확진자가 50명 안팎으로 주춤해졌고, 기업 활동 등 경제를 정상화시켜야 하는데 후베이성의 통계 수치가 발목을 잡는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