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진보 샌더스 ‘독주’…바이든 ‘반토막’, 블룸버그 ‘맹추격’

입력 2020-02-20 07:31 수정 2020-02-20 07:33
워싱턴포스트·ABC방송 여론조사, 샌더스 32%로 압도적 1위
바이든 16%, 블룸버그 14, 워런 12%…2위권 형성
초반 ‘반짝’ 선전 부티지지, 8%로 뒷심 잃는 양상
바이든, 1월 조사 지지율 32%서 반토막 난 16% 기록
샌더스, 50대 이하서 50% 지지율…젊은 층 ‘샌더스 몰표’
‘급진’ 샌더스 독주에 민주당 ‘복잡’…3월 3일 ‘슈퍼 화요일’에 윤곽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AP뉴시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상승세가 매섭다. 민주당 대선 경선의 초반 구도는 샌더스 상원의원의 독주 체제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한 때 ‘대세론’을 누렸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샌더스 상원의원과 큰 격차를 보이면서 2위권 후보로 내려앉았다. 대선 후보를 뒤늦게 선언한 탓에 초반 4개의 경선을 건너뛰고 3월 3일 ‘슈퍼 화요일’에 첫 등판하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선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블룸버그 전 시장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함께 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은 급격한 하락세고, 블룸버그는 상승 국면을 타면서 샌더스 의원을 맹추격하고 있다는 것은 큰 차이다.

민주당 경선의 1차전과 2차전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샌더스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뒷심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은 지난 14∼17일 민주당원이거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미국 성인 408명을 대상으로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샌더스가 32%의 지지율을 획득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은 16%을 얻었다. 블룸버그는 14%, 워런은 12%를 각각 기록했다. 이 세 후보가 2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부티지지는 한 자리 수인 8%의 지지율을 보였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깜짝 3등을 차지했던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의 지지율은 7%였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14일 텍사스주 메스키트에서 펼친 유세에 참여한 젊은 지지자들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있다. AP뉴시스

WP는 이번 2월 여론조사가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거친 이후 유권자들의 후보자들에 대한 지지가 얼마나 빨리 바뀌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WP와 ABC방송이 한 달 전인 지난 1월 20∼23일 실시했던 같은 여론조사와 비교할 때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1월 여론조사에서 23%를 기록했던 샌더스의 지지율은 한 달 사이에 9%포인트가 올라 2월에는 32%를 기록했다.

반면, 바이든은 지난 1월 32%의 지지율로 1위를 달렸다가 2월 조사에는 16%포인트나 폭락하면서 지지율이 반토막이 나 16%에 머물렀다. 샌더스와 극명한 대조다.

‘블룸버그 바람’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됐다. 지난 1월 조사에서 8%였던 블룸버그는 지지율을 두 배나 늘려 2월에는 16%를 나타냈다. 힘 빠진 바이든에서 빠져나온 중도 유권자들이 블룸버그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월 조사와

샌더스의 독주는 여론조사 세부 항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샌더스는 50세 미만 유권자들로부터는 50%의 지지율을 받았다. 젊은 층의 바이든 몰표 현상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민주당 후보 중에서 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최고의 높은 후보인가’라는 질문에서도 샌더스가 30%로 1위를 차지했다. 바이든은 19%, 블룸버그는 18%의 응답을 받았다. 하지만 부티지지(5%)·클로버샤(4%)·워런(3%)은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1월 조사에서는 38%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로 바이든을 꼽았다. 하지만 이 항목에서도 바이든은 한 달 사이 지지율이 반토막이 나며 19%에 그쳤다. 샌더스는 트럼프를 꺾을 후보 문항과 관련해 1월 조사에서 18%의 응답을 받았다가 2월 조사에서는 12%포인트나 튀어올랐다.

WP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의 부진이 민주당 후보 중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라는 바이든의 강점 이미지를 빼앗아갔다고 지적했다.

진보 진영과 젊은 층의 ‘묻지마 지지’를 받고 있는 샌더스의 독주에 민주당의 표정은 복잡하다. 샌더스의 급진적인 성향이 외연 확대에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본선인 대선에서 샌더스를 만나기를 원한다는 말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향후 경선의 최대 관심사는 샌더스 독주가 계속될지 여부다. 또 중도 성향의 표가 분산될지, 아니면 바이든이나 블룸버그로 결집될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민주당은 22일 네바다 코커스,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있다. 3월 3일 14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실시되는 ‘슈퍼 화요일’을 기점으로 민주당 대선 경선이 전체적인 윤곽이 더욱 또렷하게 잡힐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