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실세 결혼식’ 보도한 NYT에 쏟아지는 비난, 왜?

입력 2020-02-19 18:06
스티븐 밀러(왼쪽)와 케이티 로즈 왈드먼. AP연합뉴스

‘백악관 실세’의 결혼식을 보도한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영국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34)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보이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공보 비서인 케이티 로즈 왈드먼(28)의 결혼 소식을 알린 NYT의 기사가 ‘백래시’(Backlash·반발 심리)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 기사에서 결혼식 풍경을 자세히 묘사하며 참석자들을 소개했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 결혼에 이르렀는지도 함께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 외 백악관 내부 ‘사내 커플’들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젊고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데이트 풀’ 자체가 적다”며 “트럼프 측근들로서는 서로 인연을 찾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NYT가 기사에서 강력한 권력을 쥔 이 커플의 이념적 성향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게 가려놓았다고 지적했다.

밀러 고문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초강경 이민정책의 설계자로 현재 백악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힌다. ‘미국 대통령직의 핵심 플롯을 쓰고 있는 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무슬림 국가 시민 입국금지 행정명령, 불법 이민자 가족 분리 수용, 멕시코 국경장벽 등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했던 가장 논쟁적인 정책들의 배후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34세의 어린 나이지만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의제를 지휘하며 인사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숨은 실세’다. 백악관 입성 전에는 극우 성향의 온라인매체를 통해 백인민족주의를 퍼뜨리기도 했다.

왈드먼 역시 국경지역의 이민자들을 폭력 집단으로 지칭하며 그들이 미 국경 순찰대원들을 공격한다고 비난해 인종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 사람의 결혼식에 대한 NYT 식의 보도는 반대 진영의 적대적 반응을 촉발시키는 역할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가디언의 지적이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는 NYT 보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사이라 라오는 트위터를 통해 “밀러는 트럼프를 도와 폭력적 인종차별주의에 기댄 외국인 혐오 정책을 실행한 사람”이라며 “NYT는 밀러의 결혼식 보도에서 그를 마치 존경받는 정치인처럼 묘사했다. 주류 언론은 이렇게 파시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마티아스도 “밀러가 백인민족주의자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보도 방식은 언론의 의무에 대한 거대한 방기”라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