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구·경북의 방역망이 완전히 뚫렸다. 확진자가 하루에 18명이나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특히 31번 확진자가 다녀간 신천지 종교시설에서만 14명이 무더기로 감염됐는데, 확진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은 지역별 ‘슈퍼 전파’가 시작됐다고 인정했다. 대구와 같은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면 방역당국 대응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9일 오후 5시 기준 코로나19 확진환자가 20명 추가로 확인돼 총 확진자가 51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지역에서 발생한 18명 중 14명은 31번 확진자와 같은 신천지에 다닌 신도들이었다. 1명은 이 확진자가 입원해있던 새로난한방병원 검진센터 직원이다. 나머지 3명은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서울 성동구에서도 위험지역 해외여행력이 없는 77세 남성이 40번 확진자로 판정됐다. 20번 확진자 딸(11)은 32번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은 이번 사례가 ‘슈퍼 전파’ 사건이라고 인정했다. 정은경 중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신천지 시설 감염은) 현재까지 31번 확진자를 포함해 여러명이 관련된 사례가 발생을 했기 때문에 슈퍼전파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집단 감염으로 방역 당국의 대응역량이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집단감염이 속출하면 방역 당국이 한정된 인력으로 발빠르게 감염경로, 접촉자를 파악하기 역부족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확진자가 늘수록 지역 내 병상 부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대본은 민간역학조사관, 공중보건의, 유관기관 등에서 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방역 당국은 그러나 아직은 감염병 대유행 단계는 아니라고 봤다. 정 본부장은 “(이번 사태가) 전국적인 확산이라고 아직 판단하지 않고 국소적인 소규모 집단발병이라 보고 있다”며 “대구지역은 신천지 시설을 중심으로 집단 발병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31번 확진자가 ‘슈퍼 전파자’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이다. 이 확진자 역시 다른 감염원을 통해 2차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역사회 유행 단계로 접어든 만큼, 이제는 곳곳에 숨어있는 ‘잠재적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들의 경우 1차 감염원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지금은 그들의 접촉자를 빨리 찾아내 추가 피해자를 줄이는데 방역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역학적 연결고리가 없는 환자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상황에서는 중증 환자, 고령자, 만성 질환자 등 취약계층을 최우선 진료해서 사망자를 줄이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슬 기자,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