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국내 40번째 확진자가 나온 서울 성동구 사근동은 중국인 유학생이 다수 거주하고 있어 확산 초기부터 주민들의 감염 우려가 높았던 곳이다. 이 지역에서 해외여행도 다녀오지 않고, 접촉자로도 잡히지 않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중국인 유학생이 밀집한 동네들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19일 사근동 주택가에선 40번 환자가 나온 이후 급하게 문을 닫는 가게들이 곳곳에 보였고,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은 서둘러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양대 근처인 이 지역 원룸촌은 거주민 중 4분의 1 정도가 중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난 대학생 김모(23)씨는 “중국인 유학생의 경우 2주간 자율격리한다는데, 내가 밖에서 본 중국인만 해도 여러 명”이라고 토로했다.
중국인 손님을 주로 받는다는 한 식당 관계자는 “확진자 소식이 들리자 근처 식당들이 거의 영업을 종료했다. 우리도 문 닫고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남모(57)씨는 “집을 구하러 온 사람이 중국인 같으면 일단 방 없다고 한다”며 “집 주인들도 건물 전체에 피해가 갈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확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지하 쇼핑몰은 긴급 방역을 실시했고, 오는 22일까지 임시 휴업에 들어간다.
중국인 유학생이 3199명으로 국내 대학 중 세 번째로 많은 중앙대 인근 동작구 흑석동 일대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대학생 박모(23)씨는 “중국인 유학생이 있는 곳을 최대한 피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이제라도 아예 입국 금지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일대 부동산에서도 중국인 유학생은 세입자로 받지 않거나, 최대한 늦게 입주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이 밀집한 신촌 일대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인 유학생 기피 현상이 여전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지나가다 중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만 봐도 움찔하게 된다”며 “한양대 인근에서 확진자가 나온 걸 보면 안전지대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은 “신촌 원룸촌의 50%는 중국인인데, 코로나19 사태 때문인지 거리에 중국 학생들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주요 대학에서는 중국인 유학생을 수용할 시설도 부족한 상황에서 기숙사 밖에서 자취하는 학생까지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부 대학에서는 중국인 유학생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격리 시설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교육개발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중국인 유학생이 1000명 이상인 대학은 17곳이지만, 이 중 15곳이 기숙사 방 수가 중국인 유학생 수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대 관계자는 “자취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2주간 교내 출입을 말아달라고 계속 권고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출입 통제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중국 학생을 격리할 공간이 모자란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매일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내 중국인 유학생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지만, 종종 회신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소화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학원가를 대상으로도 코로나19 방역 실태 점검에 나선다. 교육부는 중국을 다녀온 학생들에 대해 2주간 등원을 막고 있는지, 손 소독제와 마스크는 제대로 비치됐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정부는 또 코로나19 확진자의 거주 지역이나 동선과 겹치는 곳에 있는 학원들에게 휴원을 권고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학원 300여곳이 휴원에 들어갔다.
조민아 이도경 황윤태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