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국가적 재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미국의 중국 때리기와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인 중국의 관영매체를 사실상 공무원 신분으로 보고 그에 맞는 규제를 하기로 했고, 화웨이 ‘봉쇄’ 수위도 높였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축소·은폐에 급급하는 중국 정부의 비밀주의 역시 도마에 올렸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중국 국영 신화통신, CGTN, 중국국제방송, 차이나데일리 등 5개 매체를 외국 정부의 공무원인 ‘사절단’으로 지정하고 관련 규제에 나섰다.
향후 이들 매체는 미국 내 자산을 등록하고 새로운 자산 취득시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미국 내 대사관과 비슷한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미국 시민권자를 비롯해 모든 직원의 명단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매체가 미국 내 활동까지 미 당국에 보고할 필요는 없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신화통신은 중국 최대 뉴스통신사로 국무원 산하의 장관급 직속 사업기관으로 분류돼 있고, 중국 CCTV의 자회사인 CGTN은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로 세계 100여 개국에서 방송되는 매체다.
미국의 이런 결정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정부의 메시지 전달 및 해외에서의 언론 영향력 확대를 위해 언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매체들이 독립적이지 않고, 중국 정부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며 외국에서 정부의 정보수집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가져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9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뉴스처럼 보이는 선전 광고를 신문에 싣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에티오피아에서 브리핑을 갖고 “우리는 중국을 포함해 정보를 보유한 모든 나라가 완전히 개방적이며 투명하길 바란다”며 “우리가 의료 전문가들을 중국에 들여보내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더 신속히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중국을 포함해 코로나19와 싸우는 나라들을 위해 1억 달러(약 1190억 원)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초기부터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않으면서 ‘중국 여행객 입국 금지’ 조치 등으로 과도하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최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도 부딪혔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연설에서 “우리가 화웨이의 위협을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유럽 동맹들에 화웨이 퇴출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은 내부적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외부에선 약탈적인 경제 관행을 보인다”며 러시아보다 중국이 미국의 주요한 도전국이란 점을 재차 강조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IT기업들은 중국 정보기관의 ‘트로이 목마’”라며 화웨이 배제를 재차 강조했다.
이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들은 어딜가나 중국에 대해 같은 말을 하는데 이는 거짓말로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왕 부장은 “미국은 중국의 급속한 발전과 재건을 바라지 않고, 사회주의 국가의 성공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발전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상부부는 최근 제3국 기업 제품에 적용하는 미국 기술 비율 기준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제3국 기업이 미국의 제재 대상인 화웨이에 부품을 팔려면 미국 기술이 25% 이하여야 하는데, 이를 15%로 낮추면 더 많은 기업이 화웨이에 물건을 팔 수 없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제재 방안이 특히 화웨이의 핵심 파트너인 대만 TSMC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