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에 한 번은 차 없는 출근길이 필수다. 버스가 잘 안 다니는 동네에 사는 이들은 불만을 표시하지만 방법이 없다. 최근 강추위가 엄습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얼어붙은 손을 여미고 출근길에 오르며 푸념만 할 뿐이다. 지난해 12월 공공기관 2부제가 시행된 이후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하는 대다수 공무원의 일상적 풍경이다.
민원인용 야외 주차장 이용도 불가능하다. 2부제 위반 차량을 주차했다가 수시 단속에 2회 이상 걸리면 3개월간 아예 차를 가지고 다니지 못한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극약 처방이라지만 과도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20일 “세종청사 내부도 아니고 외부까지 못 세우게 하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유독 세종청사 공무원들에게서 불만이 튀어나오는 이유는 세종시의 특성 때문이다. 대중교통이 잘 구비돼 있는 서울 등과 달리 세종시엔 공공 자전거나 62개 버스노선 외에 대중교통 수단이 없다.
‘버스 꽤 많네’라고 하기도 힘들다. 언뜻 많아 보이지만 운행되는 노선을 들여다보면 한숨이 나온다. 세종청사를 경유하는 노선은 간선급행버스(BRT) 2개와 간선 6개, 지선 5개, 마을버스 2개 등 15개가 있다. 이 가운데 배차 간격이 20분 이하인 노선은 10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5개 노선은 하루 2대 운행하거나 배차간격이 30분 이상이다.
그나마 세종청사 인근에 거주지가 있는 공무원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조치원에 사는 이들은 아예 세종청사로 오는 버스 노선이 없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경제부처 공무원은 “출근할 때 1시간에 1대 다니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정류장까지 간다. 차를 1대 더 사야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인구가 34만명을 넘어섰지만 대중교통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불편한 출근길은 향수를 일으킨다. 막 세종청사가 둥지를 틀던 2012년에는 세종시 차원에서 ‘카풀’을 운영해 교통 불편을 덜었었다. 지난해 택시업계 반발로 사업 중단을 선언한 ‘카카오 카풀’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중교통은커녕 택시마저 잡기 힘든 게 세종시 현실이다. 한 사회부처 공무원은 “지역사회 차원에서라도 대안이 될 만한 서비스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