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아트크루 ‘엘도라도’가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복합문화 페스티벌 ‘SWOP’(Seoul Women’s Playground)의 막을 열기 전 출연 아티스트들의 인터뷰를 19일 공개했다. 엘도라도는 여성 아티스트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산시키고 새로운 여성문화의 판도를 만들고자 탄생한 크루다. 문화 생산 주체로서의 여성을 조명하고 지지하려고 힘쓰고 있다.
한국적인 멜로디로 각종 음원차트를 평정한 독보적인 아티스트 안예은은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은데 말로 전달하는 것보다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만드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며 “귀에 익지 않은 음악을 계속하는, 불편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래퍼 슬릭은 ‘한국에서 여성 래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여성’이라는 수식어 자체에 문제가 있다. (나를) 소개할 때 ‘한국에서 노래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며 “그 외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을 때만 말하고 싶은데 항상 그것에 대해 말해야 할 의무를 진다는 게 곤란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페스티벌이 사회가 나아가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았다”며 “(이런 공연에) 내가 빠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슬릭은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던 래퍼 산이를 저격해 화제에 올랐던 여성 힙합 아티스트다.
힙합 아티스트 최삼의는 “내가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가사로 담았다”며 “그 가사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이야기할 때 조금 더 거침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 중심적인 힙합계에서 힘들다기보다는 불쾌하고 짜증 날 때가 있다”며 “한국에서 여성 래퍼로 산다는 것은 한국에서 여자로 사는 것과 똑같다”고 전했다.
댄스팀 ‘올레디’는 “행사의 주최 목적이 특별했다”며 “남녀가 추는 춤으로 정의돼 있는 라틴 댄스를 여성 듀오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예쁘거나 섹시한, 보편적인 여성성이 아니더라도 여자가 담고 있는 색깔은 많다”며 “행사를 주최하는 측에서도 여러 가지 여성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여자들을 앞장세워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의 눈빛과 동작과 잇몸을 실제로 본다면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올레디는 세계 최초로 라틴 댄스와 스트릿 댄스를 퓨전한 여성 듀오 댄스팀이다.
가수 모란은 “(과거 소속사는) 날 아티스트 대우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10kg을 감량하라고 했다”며 여성 아티스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외모 잣대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함께 음악을 공부하던 여성 지인을 필드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여성들이 모이는 공연이니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문화예술을 즐기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랩·댄스·보컬 세 가지 장르를 만날 수 있다. 여성 아티스트 23인이 펼치는 무대를 통해 뮤즈나 조연이 아닌 주인공으로서의 여성을 그대로 보여줄 예정이다. 고정된 한계의 프레임을 뛰어넘어 여성을 바라보던 문화적 시선을 뒤집어 놓겠다는 취지다.
엘도라도는 “지금까지 미디어 속 여성의 이미지는 ‘부드럽고 상냥한’ 혹은 ‘쎈언니·걸크러시’로 양분됐다”며 “여성 예술가들이 대상화되지 않은 본연의 모습으로 ‘크러시한 여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공연을 통해 작품과 무대 자체가 여성 아티스트의 아이덴티티로 자리매김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