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확진자요? 가짜뉴스예요” 황당한 성동구 보건소

입력 2020-02-19 16:29 수정 2020-02-20 12:41
19일 새벽 서울시 성동구에서 40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지만 성동구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전 9시가 넘도록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전 8시쯤 성동구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9시쯤 주민들에게 문자 메시지도 보냈지만 성동구 보건소는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는 주민들 문의에 “가짜뉴스”라고 답했다.

정 구청장은 오전 8시쯤 페이스북에 성동구에서 40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한 시간 후인 오전 9시에는 성동구 일부 주민들에게 “성동구 관내 코로나19 감염증 확진환자가 나왔다. 위기 대응단계를 상향하고 지역 내 감염 확산을 막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전 9시쯤 일부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문자 메시지를 확보한 국민일보가 오전 9시 6분쯤 성동구 보건소에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해 물었지만 “현재 확인되지 않은 번호로 전송된 ‘성동구 40번째 코로나19 확진자’ 문자는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성동구내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정보를 받지 못했다”며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성동구 보건소에서 “현재 확인되지 않은 번호”라고 언급한 전화번호는 정 구청장의 번호였다. 구청장이 페이스북과 휴대전화를 이용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지했지만 성동구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는 1시간이 지나도록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더구나 32번 확진자의 검사를 맡은 한양대학교병원 측 관계자는 “19일 새벽 한양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즉각 성동구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했다”며 “보고체계에 혼선은 없었다”고 밝혔다.

성동구 질병예방과가 오전 9시 21분쯤 “코로나 문자 관련 부서에서 오안내하여 재 공지한다”며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성동구 질병예방과는 뒤늦게 오전 9시 21분쯤 “코로나 문자 관련 부서에서 오안내하여 재 공지한다”며 “확인 결과 확진자 발생으로 구청에서 문자가 발송된 것이 맞다. 확진자 경로 및 상세사항은 파악 중”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재차 발송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날 오전 8시30분경 40번째 확진 판정 정보를 구청 내 인트라넷에 공지했으나 대응에 있어서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정 구청장이 오전 8시30분경 이뤄진 확진자 거주지 주변 방역 작업으로 인한 주민 혼란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정 구청장에게 문자를 받은 주민은 행정전자 서비스에 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한 인원”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전 8시 정 구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동구 사근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43년생 남성 이모(77)씨가 확진 판정을 받고 국가지정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적었다. 성동구는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했다. 현재 이씨는 국가지정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에 격리 입원치료 중이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