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무더기로 속출하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승객들이 19일부터 하선을 시작했다.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탑승객 전원을 선내에 격리 조치했다가 집단 감염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끝에 음성 판정자에 한해 하선을 허가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하선한 승객을 다시 격리·관찰 조치하지 않고 곧바로 일상으로 돌려보내 추가 확산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NHK 등에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크루즈선 승객 약 500명이 하선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내 집단 감염이 처음 확인됐던 지난 5일 음성 판정을 받은 뒤 14일 간의 관찰기간 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승객들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21일까지 음성 판정자 전원을 하선토록 할 방침이다. 다만 코로나19 감염자와 객실을 함께 썼던 승객은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방을 옮긴 시점부터 2주일 더 선내에 남겨 관찰하기로 했다.
하선 절차는 오전 11시쯤 시작됐다. 여행 가방을 든 승객들이 배에서 내려 요코하마항 부두를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육지에 오른 뒤 배를 향해 돌아보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승객도 있었다. 배에 남은 인원들도 갑판에 나와 하선하는 사람들을 배웅했다. 부부동반 크루즈 여행에 나섰던 치바현 거주 62세 남성은 NHK에 “창문이 없어 햇빛이 들지 않는 방에서 지낸 탓에 기분이 우울해지는 일이 많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들이 배에서 내린 건 일본 정부가 지난 3일 배를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채 격리한 지 16일 만이다. 일본 정부는 요코하마항 부두에 버스 10여대를 준비해 승객들을 일본 각지의 주요 기차역까지 수송했다. 기차역에서 각자 자택까지는 자력으로 이동토록 했다. 후생노동성은 승객들에게 일상생활로 복귀하되, 향후 수일 동안 전화상으로 건강상태를 확인토록 했다.
하지만 승객들을 곧바로 귀가시킨 일본 정부의 조치를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매일 수십 명씩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열악한 선내 환경을 감안하면 14일 동안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하루 동안에만 코로나19 감염자가 88명 확인됐으며 전날인 17일에는 무려 9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본 정부는 14일 간의 선내 격리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립감염증연구소에 따르면 2주일 동안 제대로 관리를 받고 검사 결과가 음성이며 건강 상태가 최종적으로 확인된 사람은 공공교통을 이용해도 무방하다고 한다”며 “일부 우려도 있지만 하선한 승객 전원에게 건강 체크리스트 카드를 배포했고 만약에 증상이 생겼을 경우에는 즉각 직통전화를 이용해 알리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는 일본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는 하선 후 최소 2주일 동안은 입국을 금지토록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우리 정부도 승객 중 우리 국민은 격리하고 외국인은 입국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에 승객 명단을 요청한 상태다. 이날 오전 대통령 전용기편으로 귀국한 우리 국민과 일본인 배우자 등 탑승객 7명 은 임시생활시설에서 14일 간 격리토록 조치됐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