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민립대학에서 교육혁신을 이끌 제1호 공영형 사립대로...’
조선대가 자의반 타의반 공영형 사립대 전환을 위한 첫 발을 조심스레 뗐다. 교육부가 최근 발주한 ‘공영형 사립대 도입 효과성 실증연구’ 대학으로 최종 선정됐다.
공영형 사립대는 최고 의결기구인 학교법인 이사회 과반수를 공익형 이사들이 맡는 대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대학 재정의 20~25%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혁신형 대학 운영 체제다.
재정위원회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싸여온 사립대 재정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교육공약으로 꼽힌다. 공영형 사립대는 그동안 고질적 문제로 꼽혀온 사학비리 근절과 교육개혁을 이룰 구체적 방안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로 예산이 삭감돼 공영형 사립대의 갈 길은 아직 멀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조선대는 “교육부가 공영형 사립대 도입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한 실증연구 용역사업 대학으로 선정됐다”고 19일 밝혔다.
조선대는 민립대학의 정체성을 되살리고 실현할 건곤일척의 기회로 여기고 용역사업을 공영형 사립대 전환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조선대는 정치외교학과 지병근 교수를 책임자로 한 용역사업에 교육학 행정학 경영학 법학 경영학 분야 정예연구원 7명이 참여해 오는 6월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공영형 사립대는 국내 대학의 85%를 차지하는 사립대에 대한 국가적 책임과 대학재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 290여개의 사학법인들은 현격한 고교 졸업생 감소로 향후 구조조정을 통한 통폐합 등 극심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향후 20년이면 전체 사립대의 절반 이상이 학생을 선발하지 못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적잖은 상황이다.
현재 학내분규를 겪은 상지대와 한남대, 경상대, 대구대, 영남대 등이 ‘경영의 건전성’ ‘변화와 혁신’이 전제된 공영형 사립대 전환에 긍정적이거나 관심을 가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장 퇴진사태로 내홍을 겪은 조선대 역시 장기적으로 공영형 사립대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진정한 광주시민 전남도민의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대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민립대학으로서 근본적 역사성을 되찾다는 방침이다. 실천적 개혁과 체질개선을 통해 공영형 사립대 전환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영국과 노르웨이 등 유럽의 대학들은 대부분 공영형 사립대로 운영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대학 운영예산과 인건비 50% 이상을 지원하고 이사회가 아닌 학교운영위원회가 인사·예산권을 가진 대학운영 주체로서 기능을 한다.
조선대는 1946년 9월 광주·전남지역 7만2000여명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은 조선대학 설립동지회가 주축이 돼 설립된 민립대학이다. 이 대학 법인이 지난 2008년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에 제출한 ‘재단법인 조선대학교 허가 신청서’를 보면 ‘법인의 경비는 기본재산에서 나는 과실, 사단법인 조선대학 설립동지회 갹출금 또는 기부금 기타수입으로 충당함’이라고 적혀 있다. 대학 측이 제시한 허가 신청서는 70여년 전 작성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당시 법인의 재산수입은 826만9000원으로 이중 설립동지회가 낸 자금이 600만원이었다. 설립동지회는 매년 100원(당시 화폐가치 기준 쌀 한말 가격)을 납부하면 회원자격을 부여했다. 1948년 1월 기준 7만2000명의 회원을 모집한 설립동지회는 1948년 5월16일 당시 문교부로부터 재단법인 조선대학 설립인가를 받았다.
조선대는 공영형 사립대에 ‘올인’하지는 않겠지만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이다. 백년대계의 시각에서 장기적 목표 중 하나로 검토한다는 것이다.
조선대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되거나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구성원들과 논의하고 충분히 소통해 차분히 대비하고 준비작업도 단계적으로 진행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