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섰고, 해외에선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
국가적 재난이 심각해지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책임을 묻는 지식인들이 잇따르고 있다. 간호사들의 삭발을 놓고는 여성을 선전도구로 쓴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등 정부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18일 하루 동안 전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36명 늘어 누적 사망자가 2004명으로 집계됐다고 19일 발표했다. 누적 확진자는 7만4185명으로 전날보다 1749명 늘었다.
발병지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의 신규 확진자는 1693명, 사망자는 132명 늘어 여전히 바이러스 확산이 심각한 수준이다. 다만 후베이성 외 지역은 지난 3일 89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 18일에는 56명까지 내려갔다
중국 본토를 제외한 해외에선 누적 확진자 수가 19일 낮 12시 현재 28개국에서 1017명으로 나타났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 한국에서 15명의 확진자가 추가되면서 1000명을 넘어섰다. 중국 외 확진자는 일본 619명, 싱가포르 81명, 홍콩 62명, 한국 46명, 태국 35명 등이다.
중국 베이징대 법학 교수인 허웨이팡은 지난 17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코로나 19 초기대응이 늦어진 이유를 비판하는 ‘친필 서한’을 웨이보에 공개했다. 하지만 곧바로 중국 정부의 검열에 걸려 1시간 만에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허 교수는 지난달 7일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시 주석이 “이번 사태는 중국 통치체제에 대한 주요 시험대”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뒤늦게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에 공개된 이유를 추궁했다.
그는 “충격적인 사실은 신화통신 등 어떠한 관영 매체도 시 주석의 지시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보도가 안된 것을 시 주석도 알았나. 아니면 지도부가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나”라고 조롱했다.
허 교수는 “만약 우한이나 허베이성의 매체들이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었다면 책임 전가에 급급한 관료주의에 의존할 필요도 없었고, 인민이 이처럼 비참한 상황에 놓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처럼 가혹한 대가를 치른 후에 중국 당국은 ‘언론의 자유가 없으면 인민이 고통 속에서 살 수밖에 없고, 정부에 대한 믿음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콩 명보는 당시 시 주석이 “예방 조치에 주의를 기울이되 이로 인해 지나치게 공포심을 불러 다가오는 춘제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이 때문에 후베이성과 우한시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칭화대 법대 쉬장룬 교수는 ‘분노하는 인민은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통해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는 중국에서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말살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간쑤성의 한 병원에서 후베이성에 투입되는 여성 의료진이 삭발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여성을 선전도구로 쓴다는 성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간쑤성의 한 병원에서 후베이성으로 떠나는 15명의 의료진 가운데 여성 14명이 머리카락을 완전히 깎았다. 이들 가운데 다수는 긴 머리를 밀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 병원 원장은 삭발식에서 중국 고대에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에 나간 화무란(花木蘭)을 언급하면서 “오늘 우리 병원은 인민을 위한 전쟁에 나간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간호사들이 자진해서 삭발했다고 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이들이 삭발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은 “삭발을 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모욕이다”, “간호사들의 눈물이 대중을 감동시키는데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