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퀄컴 5G 모뎀칩 수주…1위 TSMC와의 경쟁서 앞서간다

입력 2020-02-19 15:35

삼성전자가 세계적 시스템 반도체 업체 퀄컴으로부터 5G 모뎀칩 생산 계약을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신 공정을 이용한 제품 수주 경쟁에서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에 맞서 한발 앞섰다는 평가다.

로이터는 18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등 기기를 5G 무선 데이터망에 연결하는 퀄컴의 X60 모뎀칩 일부를 생산한다고 보도했다. 삼성이 생산할 것으로 알려진 X60은 ‘순수 5G’로 불리는 5G SA(Stand Alone) 모드에서 최대 데이터 전송 속도를 기존 대비 2배 높일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초당 최대 7.5기가비피에스(G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퀄컴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분야에서 지난해 세계 1위를 차지한 업체다. 삼성은 이 분야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삼성은 엑시노스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다만 퀄컴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로,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계 1·2위인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제품 생산을 맡기고 있다. X60은 삼성 파운드리 최신 공정인 5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해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외신은 퀄컴이 삼성뿐만 아니라 TSMC에도 5나노미터급 모뎀칩 생산을 맡길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업계는 삼성과 TSMC 측에 수주한 제품이 서로 다른 종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퀄컴과 14나노 공정부터 최근 7나노 공정까지 협력 관계를 이어오며 5G 칩 생산을 함께 해왔다. 이번 계약 수주로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5G 상용화로 많은 모바일 기기에 퀄컴의 X60 모뎀이 사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은 향후 시장 확대가 전망되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 확대를 꾸준히 강조해오고 있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하락세인데다 벌써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시스템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수주 역시 이 같은 노력의 성과라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삼성과 TSMC의 점유율 격차는 여전히 크다. 트렌드포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17.8%로 TSMC의 시장 점유율은 52.7%에 크게 못 미쳤다. 삼성은 올해 5나노 칩 양산을 시작하는 TSMC에 맞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5나노 공정을 확대할 전망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