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사장 회의, 요지 위주로 전달하겠다” 통보

입력 2020-02-19 10:12 수정 2020-02-19 10:17

21일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는 법무부가 “회의록을 작성하겠지만 주요 요지 위주로 전달되게 하겠다”고 검사들에게 알렸다. 그간 검찰은 수사·기소 분리 방안 등 여러 제도 개혁이 논의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검사장들의 발언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법무부는 생중계나 회의록 전체 공개는 어렵다고 맞서 왔다.

검사들은 “요지 위주로 전달하겠다”는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요지 전달’ 통보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검사게시판의 ‘댓글’ 형식으로 전달된 것도 검찰 조직 내의 반발을 사고 있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검사게시판의 한 글에 댓글을 남겨 “소관 주무과장으로서 회의록을 작성하게 되겠지만, 검사장 회의록 전문을 공개한 전례가 제가 알기로는 없기 때문에 주요 요지 위주로 논의 내용 전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구자원 수원지검 여주지청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말이 어떤 방향인지,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른다”고 올린 검사게시판 글에 이 같은 댓글을 달았다. 구 검사는 글에서 “일선에서 일하는 저 같은 검사에게도 회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해 달라” “장관님께서 제시하신 방안은 무엇인지, 검사장님을 비롯한 선배님들은 어떤 말씀들을 하셨는지를 알 수 있게 회의록 등도 아울러 부탁드린다”고 했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검찰과장이 “요지를 전달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회의록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로 받아들여졌다.

검찰은 초미의 관심사인 검사장 회의에 대한 법무부의 의견이 검찰과장의 ‘댓글’을 통해 전달된 데 대해서도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김 과장은 지난 18일 이수영 대구지검 상주지청 검사가 “내용조차 알 수 없는 변화들로 인해 ‘검사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고 쓴 글에 대해서도 여러 댓글을 남겼다.

김 과장은 이 검사의 글에 대해 “법무부가 일선은 물론 대검과도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아니한 제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리라는 일부 언론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며 “그런 의심이 드셨다 하더라도 지금은 적어도 검사장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되고 의견이 수렴되는지 기다려 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본다”고 했다.

검사들은 김 과장의 이러한 댓글이 ‘청년검사’에 대한 부적절한 반박일 수 있다는 의견을 표하고 있다. “법무부의 반박이 있으려면 따로 글을 썼어야 한다”는 물밑 반응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에서 일해온 한상형 검사는 댓글을 통해 “아직 근무기간이 2년도 되지 않은 청년검사가 나름의 결기로 소신을 밝혔는데, 검찰과장이 직접 ‘적어도 기다려 보는 게 순서’라고 언급하는 것이 그 직분과 권한에 비춰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구승은 허경구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