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권한남용’ 논란…자신 진행 ‘리얼리티쇼’ 출연자 특별감형

입력 2020-02-19 07:57 수정 2020-02-19 08:40
트럼프, 7명 특별사면하고 4명 특별감형 결정
트럼프 진행 ‘리얼리티 쇼’ 출연했던 블라고예비치도 감형
트럼프, 정치적 논란 의식 “블라고예비치는 민주당원”
CNN “트럼프, 탄핵 위기 넘긴 뒤 대통령 특권 행사 광풍”


로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주 전 주지사가 2019년 8월 11일 상의를 입지 않고 이어폰을 낀 채 수감 중인 미국 콜로라도주 엥글우드 교도소 내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 연방 상원의원 매관매직 혐의로 수감 중이었던 로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주 전 주지사를 특별 감형시켰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 사기와 위증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던 버니 케릭 전 뉴욕 경찰청장 등 7명에 대한 특별 사면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또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를 포함한 4명에겐 특별 감형 처분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특별 사면과 특별 감형은 대통령의 행정 권한이다. 하지만 CNN방송은 “이번 조치는 ‘포스트 탄핵’ 국면에서 나온 대통령 특권 행사의 광풍 속에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충성스럽지 않다고 여겨지는 참모들을 제거하고, 사법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탄핵 위기에서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번 특별 사면·감형에서 관심을 끄는 인물은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다. 게다가 블라고예비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적인 민주당 소속으로 일리노이 주지사를 재임한 인물이다. 블라고예비치는 2008년 미국 대선 직후였던 12월, 버락 오바마 당시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의 대통령 당선으로 공석이 된 연방 상원의원 후임자 지명권을 놓고 정치적 거래를 시도한 혐의로 징역 14년 형을 선고받고 2012년부터 수감 중이다.

하지만 블라고예비치는 트럼프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주지사에서 탄핵됐던 2010년 당시, 트럼프가 진행했던 인기 ‘리얼리티 쇼’인 ‘어프렌티스(견습생)’에 출연했다가 최종 라운드 전에 탈락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부 유세를 향해 로스앤젤레스로 떠나기 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블라고예비치는 감옥에서 8년 동안 복역했다”며 “그것은 긴 시간”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그를 잘 모르며, 그와 두어 번 만난 적이 있다”면서 “그가 잠시 ‘어프렌티스’에 출연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매우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고 호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블라고예비치가 받은 14년 형과 관련해 “내 생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선고”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 수감돼야 한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그의 형량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특별 감형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고예비치 기소에 정치적 편향성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고예비치에 대한 기소는 같은 사람들에 의해 이뤄졌다”면서 “(블라고예비치를 기소했던 연방검사) 패트릭 피츠제럴드와 (‘러시아 스캔들’ 수사 도중 경질됐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같은 그룹”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믹 멀베이니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 팻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 등에 전화를 걸어 블라고예비치의 특별 감형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특히 일리노이주를 지역구로 둔 다린 라후드·마이크 보스트 연방 하원의원은 블라고예비치를 특별감행하지 말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 직접적으로 요구했다고 CNN은 전했다.

하지만 블라고예비치에 대한 특별 감형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이미 2018년부터 추진했던 숙원 사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행사사법개혁을 이끄는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도 블라고예비치 특별 감행을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특별 사면·감형 조치가 후폭풍을 낳을 조짐도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 권한을 남용해 자신과 친한 인물을 감행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서 벗어난 이후 대통령 특권을 함부로 행사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미 하원의 탄핵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을 백악관에서 쫓아냈고,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도 미국으로 소환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엔 2016년 대선에서 비선 참모로 활동했던 로저 스톤에 대해 미 검찰이 7∼9년을 구형하자 “매우 끔찍하고 불공정하다”고 비난하면서 사법 침해 논란을 자초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