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시 전체가 봉쇄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남아 매일 무료커피를 만들어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바리스타들의 사연이 중국 대륙을 감동시키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 신화넷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우한 시내에 있는 커피 전문점 ‘와칸다커피’에 모인 자원봉사 바리스타 7명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커피 500잔을 만들어 우한 내 병원 3곳에 배달하고 있다.
‘와칸다커피’는 이란 출신의 외국인 시나 카라미가 운영하는 6석의 테이블을 가진 아담한 커피숍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우한 일대가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 봉쇄되자 열악한 환경에서 전염병과 싸우는 의료진을 위해 자신의 장기를 살린 무료커피 자원봉사를 계획하고 뜻을 함께할 이들을 모았다.
처음 SNS에 글을 올릴 때만 해도 그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당시 우한은 배달전문업체 직원들조차 업무를 거부할 정도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접촉을 피하기 위해 두문불출해 도시가 마치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우려와 달리 곧 4명의 남성과 2명의 여성 봉사자가 동참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모두 현직 또는 전직 바리스타 출신이었다. 이렇게 모인 7명은 현재 커피봉사단, 커피열사 등으로 불리며 우한 소재 격리 병동 의료진에게 매일 오전 8~10시 따뜻한 커피를 배달하고 있다.
단순히 커피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방역에도 철저히 신경 쓰고 있다. 커피를 만들기 전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서로에게 의료용 알코올을 뿌려준다. 커피 장비들도 오염되지 않도록 소독 처리하고 있다. 배달할 때도 전염을 피하기 위해 각 병원 주차장에 커피를 놔두고 마중 나온 2~3명의 의료진이 커피를 수거해가는 방식을 쓰고 있다.
커피열사들의 헌신이 중국 네티즌들에게 알려지면서 이들을 후원하기 위한 대규모 클라우드 펀딩이 최근 시작됐다. 이 펀딩은 등록된 지 13시간 만에 무려 120만 위안(한화 약 2억400만원)의 모금액을 모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커피열사들은 해당 금액을 중증 격리 병동 의료진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커피열사를 조직한 시나 카라미는 “처음에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을 줄 알았지만 7인의 봉사단이 무료로 20여일 넘게 봉사 중”이라며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인 것 같다. 의료진이 우리가 만든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힘을 내고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앞으로도 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