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오는 21일 소집하는 전국 검사장 회의를 놓고 법무부와 검찰이 벌써부터 물밑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추 장관과 검사장들의 발언 내용을 검찰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회의록을 만들자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갈등 국면만 부각될 부작용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추 장관이 좌천성 인사 발령을 낸 검사장들이 참석 대상인 회의라서 작심발언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와 검찰은 전국 검사장 회의의 공개 여부를 놓고 실무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검사장들이 일선청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대표로 참석하는 만큼 제도 협의 과정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검찰 내부망을 통한 검사장 회의 생중계, 회의록 작성 공개 등의 구체적인 방안도 제안됐다.
하지만 법무부는 실무선 협의 과정에서 일단 검찰의 이 같은 제안들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날것의 협의 과정이 공개될 경우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부작용으로 든 것 가운데에는 “회의록이 노출되면 언론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폭넓은 토론 과정 가운데 일부가 부각되는 경우 제도 개혁 취지 자체가 부정적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와 검찰이 회의록 공개를 놓고 회의 이전부터 충돌하는 모습은 결국 양 기관의 불신과 긴장 관계를 보여준다. 한 검찰 간부는 “오히려 회의록이 다 공개돼야 일방적인 왜곡을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추 장관이 검사장들과 제도 개혁 논의를 순탄히 마무리한 것처럼 일방적으로 발표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법무부와 검찰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직접수사 부서 폐지 등을 놓고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댔는데, 협의가 순탄했는지를 놓고서는 추후 양측의 말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법조계는 검사장 회의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기보다는 여러 차례 ‘검사와의 대화’ 전례처럼 긴장감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는 생중계됐는데, 이때 대통령과 검찰 간의 갈등이 여과 없이 대중에게 전달됐다.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의정부지검 평검사들과 대화를 청했을 때에는 절반 이상의 검사가 침묵했다. 당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형사부 검사들을 이런 자리에 부르는 게 불편하다”는 직언도 있었다.
‘윤석열 수족 자르기’로 통하는 인사 당사자들이 참석한다면 갈등 분위기가 더욱 고조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총괄하다 발령난 박찬호 제주지검장, 대검 과학수사부장이었던 이두봉 대전지검장 등의 참석 및 발언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대검 회의에서 소신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추 장관이 유감을 표했던 문찬석 광주지검장도 참석 대상이다.
한편으로는 검사장들의 회의 참석 자체가 ‘이용’을 당하는 일이며,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부적절한 일이라는 시각도 감지된다. 한 검찰 간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선거를 앞둔 시기라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 당부했는데, 이런 때에 장관이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추 장관이 강조하는 정책들은 결국 여권이 말하는 것들이라는 얘기다. 추 장관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국회 미제출 결정 때문에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고, 사건이 수원지검에 배당된 점도 거론되고 있다.
박상은 구승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