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코츠 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폭로한 뉴욕타임스(NYT) 익명 기고자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NYT 기고문 작성자가 누구였는지 색출 작업을 해왔는데 코츠 부보좌관이 최근 의심을 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코츠 부보좌관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백악관에서 조만간 쫓겨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가 트럼프 백악관 특유의 권력 암투에서 희생양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코츠 부보좌관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축출하고 에너지부 고위직으로 발령을 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17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코츠 부보좌관은 NSC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선임국장을 지내오다 지난해 10월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추천으로 승진했다. 그런데 최근 그가 NYT 익명 기고자였다는 음해가 백악관 안팎에서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8년 9월 자신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라고 밝힌 인사가 NYT에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한 익명 기고문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이 관리는 자신이 행정부 내부 레지스탕스의 일원이라고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리는 지난해 11월 익명으로 ‘경고(Warning)’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NYT 기고문 게재 직후부터 색출에 나섰지만 한동안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코츠 부보좌관을 내부 고발자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한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 안팎의 인사들은 여러 언론사 소속 기자들과 접촉한 자리에서 코츠 부보좌관이 익명 기고자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코츠 부보좌관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사석에서 본인의 지위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했다고 그의 측근들이 전했다.
내부 고발자의 저서 출간을 중개한 에이전트 측에서 이례적으로 소문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저작권 중개업체 재블린은 “익명 기고자의 신원과 관련한 각종 보도가 나왔지만 우리는 정중하게 확인 또는 부인을 거부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벌어진 이상한 상황 때문에 우리는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츠 부보좌관은 경고의 저자도, 편집자도 아니었으며 책의 내용을 사전에 읽지도 않았고 내용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원에서 부결된 이후 행정부 내부에서 반대 세력을 솎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코츠 부보좌관도 이 과정에서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츠 부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인 마이클 플린 전 보좌관과 함께 NSC에 합류한 인사다.
다만 악시오스는 코츠 부보좌관의 인사이동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NSC 측은 악시오스의 문의에 “개인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