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시스테마’ 꿈꾸며 재능기부…박종원 삼송지구입주자대표연합회장

입력 2020-02-18 11:06 수정 2020-02-18 13:05
박종원 고양시 삼송지구입주자대표연합회장. 박종원 연합회장 제공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꿈꾸며 해 온 재능기부가 결실을 보는 것 같아 기쁩니다.”

‘엘 시스테마’는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1975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시작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나눠주고 클래식 음악을 가르쳤고, 음악가로 성장한 이들은 또 자신과 같은 어려운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을 돕는다. 엘 시스테마를 통해 LA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베를린 필하모닉 역대 최연소 오케스트라 단원 에릭슨 루이스 등이 배출됐다.

이 같은 사회 개혁을 꿈꾸며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실천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박종원(41)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입주자대표연합회장이다.

박 연합회장은 2010년 30대 젊은 나이에 ‘큰빛희망학교’라는 야학을 운영하며 개인적인 사정과 환경 등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한 많은 사람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재능기부를 해왔다. 박 연합회장은 교재와 수업비 등 모두 무상으로 야학을 운영하면서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꿈꿨다. 야학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사회로 진출해 보탬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며 자신의 꿈을 이뤄나갔다.

야학에서 박 연합회장의 도움으로 늦은 나이에 검정고시에 합격한 신소희(54·여)씨는 “2010년 큰빛희망학교 첫 교육생으로 당시 박종원 교장을 만났다. 박 교장의 리더십으로 능력 있는 야학 교사들도 초빙돼 학생들은 양질의 교육을 수강할 수 있었다”면서 “열정 넘치는 강의로 검정고시를 한 번에 합격했다. 이후 4년제 사이버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1급까지 취득해 현재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내 운명을 바꾼 영원한 선생님”이라고 박 연합회장을 회상했다.
박종원 고양시 삼송지구입주자대표연합회장이 운영한 '큰빛희망학교' 1기 수강생 모집 배너. 박종원 연합회장 제공

박 연합회장은 “부모님께서 2남 1녀를 키우시며 자식들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해오시는 것을 보고 자랐다. 이같이 많은 것을 감내하며 지내 온 어르신들과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것을 찾다가 야학을 열게 됐다”며 “야학에서 공부한 분들이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전문 자격증까지 도전하는 과정을 보면서 흐뭇했다. 바람대로 야학에서 배출된 이들이 사회에서 좋은 일을 해나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기뻤다”고 말했다.

박 연합회장은 삼송지구에서도 ‘엘 시스테마’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포부다. 박 연합회장은 삼송지구 주민들의 염원이자 가장 필요한 문화체육·사회복지시설의 조기착공 등을 요구하며 ‘삼송 어울림축제’를 기획한 바 있다. 2017년 당시 연합회 사무국장이던 박 연합회장은 대학 시절 총학생회장을 했던 경험과 인맥을 통해 첫 ‘삼송 어울림축제’를 개최해 성공시켰다. 이 축제는 지난해에도 성공적으로 열리며 2년에 한 번씩 외부의 지원 없이 연합회의 힘만으로 개최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 냈다.

박 연합회장은 “이웃들을 위한 재능기부를 하다 보니 연합회장이라는 중책까지 맡게 됐다. 우선 주민들의 염원인 문화체육·사회복지시설의 조기착공 등을 바라는 마음을 축제형식으로 촉구했는데 주민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평화적이고 즐거운 분위기를 통해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었고, 그간 연합회의 활동 사항을 종합해 알릴 수 있는 좋은 자리로 앞으로도 이 전통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남모르게 봉사하며 살아온 숨은 보배들이 많으신데, 이렇게 알려지게돼 쑥쓰럽다”면서 “앞으로도 지역의 크고작은 민원들을 내 일처럼 해결하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곧 저의 소명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