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설문’ 찢었던 펠로시의 경고…“뭉쳐야 트럼프 이긴다”

입력 2020-02-18 10:55
펠로시 하원의장, CNN과 인터뷰서 ‘단합’ 강조
민주당 경선전이 과열 비방전으로 흐르는데 우려
“민주당 후보 모두 백악관 입주자(트럼프)보다 나아”
“트럼프, 하원을 ‘리얼리티 쇼’ 배경으로 사용”
“진실이 한 페이지라도 있었다면 국정연설문 안 찢었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의회 하원에서 국정연설을 마친 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연설문을 찢고 있다. 신화사·뉴시스

미국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선 우리(민주당)가 반드시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중 누구라도 현재의 백악관 입주자(트럼프 지칭)보다 나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방영된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트럼프)가 재선되는 상황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어 “우리는 미래에 대해 우리 자신의 비전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트럼프)가 재선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우리가 반드시 단합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은 “우리는 미국에 대해 더 나은 비전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국가를 단합시키는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는 트럼프를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이 민주당의 단합을 역설한 것은 민주당 경선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경선주자들은 상대방을 향해 거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최근 들어 공동의 적은 지지율 상승 기미를 보이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다.

펠로시 의장은 경선이 비방전으로 흐르면 미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줄 뿐만 아니라 경선 이후 대선전에서 당이 단합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내부적으로 진보 진영과 중도 진영의 견해 차이가 극심해 특정 대선 후보가 선출돼도 지지자들의 표를 응집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또 트럼프 진영이 경선에서 제기된 후보의 약점을 본선인 대선에서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도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과 민주당 후보들을 치켜세웠다. 펠로시 의장은 “우리는 활력이 정당이며, 견해 차이가 있으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민주당의 어느 후보라도 트럼프 대통령보다 나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을 포함한 민주당 후보들이 비전과 지식, 판단, 전략적 사고를 제시하는 논쟁에 귀중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경선 초반전에서 의외의 부진을 보이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나는 바이든을 (유력 후보에서)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많은 경선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CNN은 펠로시 의장이 경선 초반 국면에서 선두주자로 부상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은 자신이 연설문을 찢어 논란을 빚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올해 국정연설과 관련해 “나는 대통령이 하원 의사당을 ‘리얼리티 쇼’의 배경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에 매우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에서 펠로시 의장이 악수를 위해 내민 손을 외면한 것에 대해 “그것은 내가 국정연설문을 찢은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거짓말이 없는 한 페이지라도 찾았다면 나는 그것을 찢지 않고 따로 뒀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런 페이지를 찾을 수 없었다”고 비꼬았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은 직무 선서를 지킬 용기가 없는 공화당 편의 상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을지 모르지만, 그는 결코 이것(우크라이나 스캔들)으로부터 무죄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은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했던 지난 주말, 인터뷰를 가졌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