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배경 반지하에 창문 가림막·제습기·환풍기

입력 2020-02-18 11:15
영화 '기생충'의 배경인 반지하 가구의 모습.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의 배경이 된 반지하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집수리공사가 지원된다. 장마 침수피해 복구 뒤 습기 제거, 사생활 보호, 평소 냉난방·일조·환기 성능 개선을 위한 각종 장치 설비에 사용된다. 서울 반지하에는 대부분 소득이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저소득층 가구가 열악한 조건에서 사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반지하 주거형태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맞춤형 집수리를 지원한다고 18일 밝혔다. 올해부터 한국에너지재단과 협업해 반지하 거주 저소득층 1500가구 이상을 지원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반지하의 문제는 습기와 곰팡이, 이에 따른 천식·알레르기·우울증이다. 특히 장마철 침수피해라도 나면 습기 제거가 훨씬 힘들어진다. 환기가 잘 안 돼 세균과 곰팡이 번식이 쉽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지난해 도봉구에서 반지하 100가구를 조사한 결과에도 이같은 문제가 잘 드러난다. 주민들은 습기‧곰팡이 제거와 환기를 위한 제습기와 환풍기, 사생활 보호를 위한 창문 가림막, 화재로부터 예방을 위한 화재경보기 설치가 시급하다고 답했다.

이를 반영해 서울시는 창문 가림막, 제습기, 화재경보기, 환풍기 설치를 지원한다. 도배, 장판, 창틀, LED, 싱크대, 문, 방수, 싱크대, 타일‧위생기구(세면대, 양변기) 공사까지 총 17개 항목에서 주민들이 각자 필요한 항목을 120만원어치 한도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한국에너지재단은 단열과 창호, 바닥공사를 시행하고 보일러와 실내기·실외기, 에어컨 설치를 지원한다. 단열공사는 습기 제거와 곰팡이 방지 효과가 높은 자재를 사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단유리, 목틀, 금속틀 위주의 저효율 창호는 복층 고효율창호로 교체한다. 에어컨의 경우 실내‧실외 일체형 창호 에어컨과 함께 주거 면적이 4평면 이상이면 벽걸이형 에어컨 시공도 지원한다. 반지하 주민이 전체 200만원어치 한도 내에서 필요한 항목을 신청하면 된다.

서울시 집수리 지원 대상은 기준중위소득 60% 이하 저소득층이다. 서울시는 상‧하반기 자치구별 공고를 통해 3월부터 수시로 신청을 접수를 받고, 자격여부를 심사해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 반지하 거주 가구 중 평균 소득 50% 이하 가구는 55.3%, 70% 이하는 77.8%로 대부분 저소득층이다.

서울시는 매년 수혜대상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2015년 기준 전국 반지하 가구는 38만3000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서울 반지하가 22만8467가구(59.5%)로 가장 많고, 경기도가 25.2%(9만9000가구), 인천이 5.5%(2만1000가구)를 차지했다.
영화 '기생충' 배경인 반지하 가구가 폭우에 잠겨있다. 해당 반지하는 '고양아쿠아특수촬영스튜디오' 세트장. 연합뉴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