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감염됐나’ 미궁 빠진 29번 환자에…“지역사회 감염 판단할 수도”

입력 2020-02-17 18:00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외 위험지역을 다녀온 적이 없고 기존 코로나19 환자와의 접촉도 없어 감염경로가 미궁에 빠진 29번 환자(82세 남성, 한국인)의 ‘지역감염 여부’에 대해 정부가 판단을 유보했다. 정부는 감염경로에 대한 심층조사 이후 최종판단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본격적인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정은경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7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29번째 환자에 대해서는 현재 ‘지역감염이다’라고 단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감염원과 감염경로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는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를 찾거나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된 사례를 찾는 등 ‘감염원’을 추적해왔는데, 저희가 그 감염원을 특정하지 못하게 되면 ‘지역사회 감염’으로 판단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국외 위험지역을 다녀온 적이 없고 기존 확진자와의 접촉도 없는 29번 환자의 감염경로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국내 첫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될 수 있어 방역당국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정 본부장은 “감염경로와 감염원을 최대한 빨리 추적해서 그 분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처를 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하다”며 “발병 이후 접촉자를 파악해서 빨리 자가격리 조치를 진행하고, 감염원 조사도 지자체와 협력해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이토록 빠른 조처에 방점을 찍는 이유는 29번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감염원이 아직도 지역사회를 돌아다니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환자의 발병일을 이달 5~6일로 추정하고 최대 잠복기를 고려해 14일 전 바이러스에 노출됐다고 본다면 경증 상태의 감염자는 이미 완치가 됐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가정해서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감염경로 조사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6일 감염원을 알 수 없는 29번째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서울의 한 토익 고사장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자가 2015년 메르스 감염자보다 더 많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본부장은 “메르스는 중증 폐렴으로 진행하거나 가래가 많이 생겨 기침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전염력이 높았고 이 때문에 대부분 환자가 병원에서 감염됐지만, 코로나19는 초기 경증부터 전염력이 강해 지역사회 전파력이 더 높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주요 감염원이 중국이고 중국에서 유입된 인구수가 상당히 많다”며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많이 노출됐다는 점도 메르스와 다른 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치명률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스에 비해 코로나19의 치명률은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메르스는 치명률이 30% 정도였지만 코로나19는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에서 0.2% 정도”라며 “전파력은 높지만 치명률은 상당히 낮은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5년 당시 메르스 확진자는 186명이었고 이중 38명이 사망했다. 반면 코로나19는 현재까지 국내 확진자가 30명이고 이중 10명이 완치돼 퇴원했다. 아직까지 사망자는 없다.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입국자·접촉자 관리를 넘어 본격적인 지역사회 감염 대응 태세를 갖춘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 본부장은 “고위험 국가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한 검역이나 확진자 추적조사는 시행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한 대책을 강화하는 단계”라며 “사례정의나 접촉자 관리 대책에 변경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