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산물’ 자유한국당 3년 만에 역사속으로

입력 2020-02-17 18:05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분열됐던 보수 진영이 3년 만에 ‘미래통합당(약칭 통합당)’으로 다시 뭉쳤다. ‘문재인 정권 심판’을 기치로 보수 단일대오를 이룬 통합당이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을 극복하고 4·15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선거일까지 남은 58일 안에 중도 및 무당층 표심을 최대한 붙잡아야 한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자유 우파 모두가 똘똘 뭉치자, 통합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지 104일이 지났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보란 듯 통합을 이뤄냈다”며 “통합 목적 중 하나는 문재인 정권 심판이다. 정권 심판의 고지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자”고 말했다.

통합당은 자유한국당과 유승민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보수당, 이언주 의원의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등이 모여 원내 113석의 정당이 됐다. 황 대표가 당대표를 맡고 한국당 최고위원 7명(심재철 원내대표, 김재원 정책위의장, 조경태·정미경·김광림·김순례·신보라)에 원희룡 제주지사, 이준석 새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 김영환 전 의원, 김원성 전진당 최고위원 등 4명이 최고위원으로 합류했다. 이들과 별도로 5석의 미래한국당은 통합당의 비례대표 정당 역할을 하게 된다.

황 대표와 함께 이번 통합의 핵심 축이던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은 출범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일단 통합에 참여한다고는 했지만 ‘선거용 흡수통합’에 100%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래통합당의 출범식이 열린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언주 전 전진당 대표(왼쪽부터), 정병국 통준위 공동위원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장기표 통준위 공동위원장이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연합뉴스

통합당은 상징색을 당초 옅은 분홍색인 ‘밀레니얼 핑크’로 하려다 진한 분홍색인 ‘해피 핑크’로 바꾸고 사람을 형상화한 당 로고를 채택했다. ‘자유대한민국의 DNA가 국민 가슴에 모여 국민 행복과 희망을 끌어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통합당은 설명했다. 상징 표어는 ‘하나 된 자유대한민국의 힘’으로 정했다.

통합당이 기존 정치 세력의 단순 합당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중도·무당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인물과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리얼미터가 지난 10~14일 YTN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2516명에게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 포인트)한 결과 무당층은 11.1%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는 10% 포인트에서 7.9% 포인트 차로 좁혀졌다(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통합에 합류한 인사들은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통합당 첫 최고위원회의에 참여한 원희룡 지사는 “대한민국이 제대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을 오늘 이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라며 “국민은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지 걱정한다. 진정한 혁신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충분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헌신과 혁신, 이 두 가지면 승리할 수 있다. 헌신은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주는 용기이고, 혁신은 선배들의 성과에 눌리지 않고 새로운 생각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김용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