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목표는 ‘지역사회 감염’ 최소화…정부 대응,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입력 2020-02-17 17:3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29번 및 30번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보건당국의 방역대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 등으로부터 바이러스 유입을 막고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던 게 기존 방식이라면, 첫 지역사회 감염 추정 환자가 발생한 만큼 이제는 지역내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감염자를 빨리 가려내는 ‘선제적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응에 대해 “지금까진 선방했지만, 정부의 방역망은 이제부터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망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확진된 29번 환자(82세 한국인 남성)과 30번 환자(68세 한국인 여성·29번 환자의 배우자)의 감염경로과 발병 후 동선에 대해선 아직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두 환자는 이전 확진자 28명과 달리 최근 해외에 방문하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적이 없어 정부의 ‘방역망 밖’ 환자다.

29번 환자는 코로나19 증상이 아닌 가슴 통증을 느껴 지난 5일부터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병원과 의원, 약국을 12차례 방문했다. 15일 고려대안암병원에선 폐렴 소견이 보여 실시한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29번 환자의 아내인 30번 환자는 자가 격리 중 17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이 이들의 감염경로를 끝내 찾지 못할 경우 국내에서 정체 모를 감염원을 통해 2차 감염이 발생한 첫 사례가 된다. 이런 상황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지역사회 감염’으로, 1차 감염원이 다른 어딘가에서 또 다른 감염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 이재갑 한림의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지역사회 내에서 역학적 연관성이 없는 환자가 산발적으로 나올 수 있는,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위험에 더 긴장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시기”라며 “이전부터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취약층인 노인 입원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중국 방문력이 있는 종사자·간병인에 대한 업무배제 여부를 전수 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선제적 대응’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감염의심자를 선별하는 기준과 장소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있다. 현재는 중국 등 오염지역 방문자 또는 확진자와의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선별진료소에서 진단을 받은 후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 격리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제는 감염자를 역학적 연결고리로 파악할 수 없으니 정작 검사가 필요한 사람을 놓치는 대신 다른 호흡기질환자들이 감염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몰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감염의심자 기준 변경과 병원 역할 분담 체계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 본부장은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지 기준을 다시 마련하는 게 현재 고민”이라며 “조만간 새로운 사례정의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바이러스 국내 유입 단계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다고 본다”며 “이제 그간의 역학조사 결과와 경험을 활용해 숨어있는 감염자를 조기 파악해낼 기준과 의료 자원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