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29번 확진자의 감염 경로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종 역학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 환자는 보건당국의 방역망 밖에서 감염이 일어났다. 보건당국은 다른 유증상자와의 접촉, 숨어있는 환자와 같은 새로운 감염원 등을 염두에 두고 감염 경로를 집중 추적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우선 29번 환자가 방문했던 노인복지관 등에서 증상이 있거나 해외를 방문한 사람이 있는지를 집중 파악하고 있다. 29번 환자가 코로나19 유증상자와 접촉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7일 브리핑에서 “(29번 환자의) 발병 전 14일 행적 중 종로 노인복지관 방문 등 일부 활동이 파악됐다”며 “그 활동 범위 내에서 유증상자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있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29번 환자가 감염사실을 숨긴 ‘숨어 있는’ 환자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29번 환자는 발병 시점인 이달 5일 이전에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봉사를 했다. 독거노인은 경제적 상황 등으로 몸에 이상이 있어도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게 현실이다.
숨어있는 환자와 같은 새로운 감염원은 보건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다. 환자가 방역망 밖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게 돼 지역사회 감염이 크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다른 환자나 유증상자가 격리 해제된 뒤 29번 환자와 접촉해 2차 감염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만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 격리해제된 환자와 접촉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실제 8번 환자는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격리해제 돼 대형마트를 방문하는 등 제한없이 지역활동을 했지만 2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20번째 확진자도 첫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다가 후에 양성으로 뒤바뀌었다.
보건 당국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검토하고 있는 만큼 정확한 감염 경로를 찾아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다만 “(조사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야기지 전혀 감염원을 추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몇 가지 가능성을 놓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